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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걸음 내딘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

제주서 시작된 화쟁 발걸음, 새 역사 길어 올리는 마중물 되다

▲ 천고제에서 참석자들은 화쟁과 회통이 세상에 깃들기를 염원하며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3월3일, 국토대장정이 시작됐다. 3·1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불교의 화쟁과 회통이 우리사회 곳곳에 스며들기를 기원하는 순례다. 스님도, 목사도, 대안학교 학생도 순례의 길에선 모두 똑같다. 저마다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터벅터벅 주어진 길을 걸어갈 뿐이다. 다름이 틀림이 되고 틀림이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 그 구석구석을 훑게 될 장도가 자비의 햇살 되어 전 국토에 내리쬐기를 순례단 모두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2일, 제주 관음사서 천고제 봉행
종교·성별·나이 초월 100여명 동참
100배 절 명상으로 생명평화 발원
“남남·남북평화 기반 조성” 다짐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3월2일 제주 관음사 대불 앞에서 천고제를 봉행했다.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의 의미를 하늘에 알리고 순례단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종교·성별·나이를 초월해 국토대장정의 뜻에 동참하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관음사 대불 앞으로 모여들었다.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자 일동은 하늘에 삼가 아뢰옵니다. 한반도 남녘 끝 제주도 한라산에서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의 첫 걸음을 떼려 합니다. 이 순례가 끝나면 온 나라에 자비와 화쟁의 큰 강물이 열리길 바라옵고 바라옵나이다.”

▲ 생명평화 발원 100배 절 명상은 천고제의 하이라이트였다.

땅과 하늘, 물에 의지해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들의 평화를 발원하는 100배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그랗게 모여 서로에게 절을 했다. 이들의 발원은 대지에 스며들었고 하늘과 맞닿았으며 제주바다를 넘어 온 국토, 전 세계로 향했다. 생명평화 발원에 종교가 따로 있을 수 없었다. 김민해 예수실험교회 목사는 순례단의 일원으로 100일 동안의 여정을 함께하기로 했다. 우리사회 갈등에서 오는 상처는 너무도 깊은데 치유는 요원하기만 한 현실이 안타까워 순례를 결심했다고 한다. 종교 간의 경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오늘 우리들의 바람이 평화의 씨앗 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애초에는 불교계의 주도로 시작된 순례였다. 조계종 결사추진본부는 지난 2월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붓다로 살자’의 사회적 실천으로 100일 간의 순례계획을 밝혔다. ‘붓다로 살자’는 지금 이 자리에서 부처님처럼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대중결사운동이다. 사부대중 공동체가 수행·문화·생명·나눔·평화의 5대 결사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합장한 아이의 얼굴에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스며들었다.

불교계가 구워낸 그릇에 화합과 평화의 물을 채우는 것은 이제 모든 생명들의 몫이다. 천고제에서 조계종 결사추진본부장이자 화쟁코리아 순례 상임추진위원장인 도법 스님도 “우리는 그동안 서로를 불신하고 증오하며 편 가르기를 반복해왔다. 보편타당한 목소리 대신 극단에 치우친 분노만이 사회를 가득 메우고 있다”며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를 통해 건전한 상식이 공론화되기 위한 물꼬를 트고자 한다. 오늘 우리의 발심과 원력이 국민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승석 관음사 신도회장의 고천문 낭독과 김유철 시인의 천고시 낭독이 이어졌다. 무용가 최경실·이도희씨가 화쟁코리아 순례의 의미를 하늘에 알리는 천고무로 관음사 대불 앞을 장엄하자 참석자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유지원 전북불교시민연대 공동대표와 이항림 지구여행학교 교사는 참석자들을 대표해 발원문을 낭독하며 “분단 70여년을 극복할 희망의 기운을 모아 나가고 공존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확산시켜 남남평화와 남북평화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천고제는 참석자 모두가 동참한 생명평화의 춤으로 마무리됐다.

제주 약천사에서 휴식을 취한 참석자들은 다음날 아침, 출발식이 열리는 법정사지로 향했다. 신분과 계급, 종교를 넘어 모든 사람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은 채 분연히 일어났던 3·1운동 정신의 계승하고 있는 순례단에게 법정사지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3·1운동에 앞서 1918년 10월, 스님·신도·지역민들이 참여해 일제 식민지에 맞서 항거한 항일운동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 순례단은 출발식에서 각자의 발원을 담은 서원지를 소지하는 시간을 가졌다.

출발식에는 조계종 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제주 관음사 주지 성효, 약천사 주지 성원,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과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전준호 대한불교청년회장, 신경선 한국대한불교연합회장 양병식 서귀포시장 등 사부대중 100여명이 참석했다.

3일, 제주 무오법정사지서 출발식
100일 동안 전국 각지 순례하며
갈등·대립의 현장에 희망 선물
6월10일 서울 광화문공원서 회향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포교부장 송묵 스님이 대독한 치사를 통해 “2014년 지금 부처님이 한반도에 계셨다면 기꺼이 이 세상의 아픔과 갈등의 현장을 찾아 자비와 화쟁의 실천을 펼치셨을 것”이라며 “2500년 전 뭇 생명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걸어가셨던 길을 이제 그 제자들이 따라가고 있으니 환희심 가득한 심성의 불사가 아닐 수 없다”고 격려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 스님도 격려사를 통해 “온 겨레가 함께 일어섰던 3·1운동의 정신과 함께하는 화쟁코리아 순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거대한 물결”이라며 “오늘 우리가 함께한 한 걸음 한 걸음이 공정과 상생의 길을 제시하는 희망의 등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 화쟁순례 상임추진위원장 성효 스님(제주 관음사 주지)은 인사말에서 “스님들이 앞장서서 나라를 구하고자 분연히 일어났던 이곳 법정사지에서 화쟁코리아의 출발을 알리게 된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며 “탐라국에서 시작된 화쟁의 물결이 북한을 넘어 전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사회 힐링멘토로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도 참석해 큰 박수를 받았다. 법륜 스님은 “우리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분열을 통합하자는 큰 뜻을 말로만이 아니라 직접 걷고 나누며 실천한다기에 기꺼이 동참했다”며 “통일을 완성된 국가의 형태로 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것을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우리는 통일된 국가에 살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화쟁코리아 순례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각자 자신의 희망을 적은 소원지를 소지하며 순례의 무사회향과 우리사회에 화쟁의 의미가 깃들기를 함께 기원하기도 했다.

▲ 힐링멘토 법륜 스님이 순례단의 손을 잡고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출발식을 마친 순례단이 법정사지를 나섰다. 100일 동안의 긴 여정이다. 3월3~9일 제주도, 3월10~23일 부산울산경남, 3월24~30일 대구경북, 3월31일~4월13일 광주전남, 4월14~20일 전북, 4월21~27일 충북, 4월28일~5월4일 대전충남, 5월5~11일 강원, 5월12~18일 경기남부, 5월19~25일 인천, 5월26일~6월1일 경기북부, 6월2~10일 서울을 거쳐 6월10일 광화문공원에서 종료식을 개최한다.

앞으로 순례단은 각지에서 탑돌이식 순행, 기원문 낭독, 명상 등을 실시하며 대중공사, 야단법석 등을 개최해 지역의 각종 현안에 대해 듣고 해결방법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취합된 지역현안과 이에 대한 논의들은 6월10일 광화문공원에서 열리는 종료식에서 선언문의 형식으로 발표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가족단위 참석자들이 함께하는 ‘생명평화행진 및 국민통합문화제’를 여는 것은 물론 위령제를 봉행해 진보·보수·중도를 아우르는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 3월3일 법정사지를 나선 순례단은 6월10일 서울 광화문공원에서 100일 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갈등·대립의 생채기가 아물지 않은 곳에는 희망을 선물하고 소통과 공감이 꿈틀대는 곳에서는 행복을 함께 나누고자 힘찬 발걸음을 옮기는 순례단의 행렬이 제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대한민국으로,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로 향하고 있다. 비록 6월10일 회향하지만 순례단의 간절한 발원은 이 땅에 평화의 물줄기를 길어 올리는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제주=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236호 / 2014년 3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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