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티베트인들 절규 “뵈 랑쩬”

3월2일은 티베트의 설날인 ‘로싸르’이다. 희망찬 목 말띠 해[Men-Wood-Horse]가 막 시작하면서 티베트인들의 소신공양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티베트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올 한해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소신공양으로 인해 한 송이 불꽃으로 화할 것인가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다.

2014년 2월13일 ‘캄’이라 부르는 동부티베트 암도 아바현에서는 끼르티사원 승려였던 25살의 롭상도르제가 중국의 티베트정책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그는 분신 직후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일 뒤인 2월16일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2월5일 팍모 삼둡이란 27살 청년이 칭하이성 황난 티베트자치현에서 분신한 후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2009년 이후 해마다 숫자가 늘어나 합계로는 현재까지 127명이 분신했고 그 중 108명이 사망했다.

분신 직전 소신공양자들의 한결같은 마지막 외침은 모두 ‘뵈 랑쩬’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뵈’는 티베트를 일컫는 자칭대명사이고, ‘랑쩬’은 자유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Tibet free)’을 기원한다는 뜻의 구호로도 쓰인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귀중하다. 그런데 이런 보도를 접할 때면 안타까움과 더불어 여러 가지 상념에 젖고는 한다. 조국을 빼앗겼다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불살라 버릴 정도로 그들의 삶이 순교자이고 애국적인 걸까. 아니면 맹목적으로 세뇌된 것일까.

이런 분신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전 세계의 시선은 14대 달라이라마에게로 몰린다. 달라이라마는 분신에 대해 깊은 유감과 연민을 자주 표명해왔다. 그렇지만 공식적 보도로는 “분신자살을 장려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았다. 분신자살은 티베트인들에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한 강경노선의 중국 지도자들이 일으킨 것이며 그들은 이를 막을 책임이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말에는 “분신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뉘앙스가 풍긴다고 해서 양면 공격을 받고 있다. 중국당국은 이 같은 달라이라마의 발언을 두고 분신사태를 뒤에서 조종하고 부추기고 있는 증거라고 연일 악선전하고 있다. 일부 휴머니스트들도 분신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달라이라마가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올해로 팔순을 바라보는 달라이라마 어깨에 너무 힘겨운 짐이 실려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티베트 설날인 3월2일 달라이라마는 55년째 맞는 망명생활 중 처음으로 인도가 아닌 외국에서 보냈다고 한다. 아마도 지난 2월21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의 백악관 면담 후 미국의 순회 법회 중의 일련의 행사 때문일 것이다.

이국만리 타향에서 맞이하는 설날은 누구에게나 쓸쓸한 일이고 이는 달라이라마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면담 때 달라이라마는 “티베트는 독립을 추구하지 않으며 중국정부와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이 화답하기를 “티베트의 고유한 종교와 문화, 언어, 중국내 티베트인들의 인권 보호를 강력하게 지지한다” 는 뜻을 재차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라마의 “중도(Middle Way) 접근 방식을 지지한다”는 뜻도 표명했다고 한다.

그러자 중국정부는 이 만남과 관련해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뿐만 아니라 미·중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 받을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고 한다.

중국정부가 말하는 내정간섭이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종교와 정치를 구분하는 중국정부의 대국적인 자세가 절실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규현 한국티베트문화연구소장 suri116@hanmail.net

 

[1237호 / 2014년 3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