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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나무 열매(竹實)

‘장자(莊子)라는 책에 대나무 열매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원추(鵷鶵)라는 새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머무르지 않고, 대나무의 열매(練實)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라는 내용에서 나온다. 원추라는 새는 전설상의 새로, 봉황으로도 해석된다. 이 새는 아무것이나 먹지 않고 대나무 열매를 먹는다는 것이다. 장자가 자신은 사사로운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한 것이다.

대나무 열매가 자라나
대나무 자신을 죽이듯
탐욕은 더 큰 탐욕 불러
절제만이 지혜로운처신

대나무 열매는 매우 희귀하여, 이것을 보면 행운이 찾아온다고도 한다. 그런데 대나무가 열매를 맺으면 모두 말라죽는다고 한다. 대나무 열매의 이러한 특성에 주목한 가르침이, ‘이띠붓따까(여시어경)’라는 경전에 나온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자신에게서 생겨난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은 악한 마음을 지닌 사람을 해친다. 마치 대나무(tacasāra)의 열매 같이.”

대나무는 60~120년을 주기로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대나무의 죽음이다. 열매는 대나무에서 생겨나지, 결코 밖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런 열매가 자신을 품은 대나무를 죽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경전에서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대나무의 열매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삼독(三毒)이라고 하는데, 번뇌 가운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삼독은 바깥에서 주어지거나, 생겨나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서 생겨나는 것들이다.

대나무 열매가 대나무에서 자라나 대나무를 죽이듯이, 내 안에서 생겨난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 결국 나 자신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탐욕은 더 큰 탐욕을 불러온다. 그것이 탐욕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분노는 모든 것을 태워, 황폐하게 만들기 전에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분노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탐욕으로 탐욕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분노로 분노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어리석음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몸을 자제하고, 말을 자제하고, 생각을 자제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의 처신이라고 말씀하신다. 신구의(身口意)를 잘 단속하고, 제어하는 사람은 결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해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탐욕을 다스리고,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하여야 한다. 그 약을 ‘법구경’에서 제시하고 있다. ‘법구경’에서는 분노는 버림으로써, 탐욕은 보시로써 이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분노를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자신이 갖고 싶은 것, 혹은 아끼는 것을 베푸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분노를 버리는 것이, 베푸는 것이 진실된 이익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아야 분노를 버릴 수 있고, 베풀 수 있게 된다. 분노를 억누르기만 하는 것은 화병을 초래한다. 분노는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그 힘이 강해진다. 그렇기에 분노는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항상 깨어 있으면서, 밤낮으로 배움을 익히라고 하신다. 밤낮으로 계정혜(戒定慧), 즉 도덕적 생활을 습관화 하고, 마음을 고요히 하여 가르침을 실천하여, 지혜를 닦게 되면 분노를 버리는 것이, 다른 이에게 베푸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이익된 것인지를 알게 된다.

무엇이 나를 위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면, 한 순간의 탐욕과 분노로 자신과 남을 해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지혜가 없으면, 나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이익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여 지혜를 키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37호 / 2014년 3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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