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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현재에 머물기

기자명 인경 스님

그 자체가 목적 돼야하는 ‘현재 머물기’ 명상

우리는 일상에서 집중이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축구경기를 하거나 아니면 학교공부나 일상의 업무에서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집중하라고 말하곤 한다. 이때의 집중에는 무엇인가를 이루고 성취하기 위한 어떤 강한 갈망, 동기나 의도가 있다. 현실적 목표를 이루기위해서 집중하는 것은 적응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일상에서 말하는 집중이 명상이 되기 위해서는 그곳에 다른 어떤 무엇이 첨가되어야 한다. 마음의 평정과 같은 신체적인 이완이 동반해야한다. 이완이 없는 집중은 근육의 긴장과 심리적인 압박감을 유발하고, 그곳에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 그곳에서 무엇인가를 얻고자하는 과도한 열망이 역설적으로 그 무엇도 얻지 못하게 만든다. 바쁜 기업인들이나 운동선수들이 명상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잠시 모든 동작을 멈추고
순간 순간에 머물러 보길
그 상황을 느끼고 즐기면
행위가 바로 명상되는 것

식사를 하면서 입안의 음식물이 씹히는 행동에 머무는 것, 상점에 물건을 사러갈 때 걷는 행동을 그대로 주시하는 것, 대화하면서 자신의 손과 발의 위치를 자각하는 것, 이런 모든 행위가 ‘현재에 머물기’의 명상이다. 그러면 좀 더 여유가 생겨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낀다. 이것을 조사선에서는 '평상심'이 그대로 도이다고 말한 바이고, 영적 신비주의자들이 말하는 '영원한 현재'이다.

일상에서 걷는 행동은 상점까지 혹은 사무실로 가는 어떤 목적을 위한 도구가 된다. 걷는 행위가 명상이 되려면 걷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걷는 현재에 접촉하고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 걷는 그 자체를 즐기는 것, 들려오는 전화벨소리를 그 자체로 경험하는 것이다. 집중명상의 중요한 기준은 바로 갈망이나 산만함과 같은 장애로부터 벗어남에서 오는 기쁨(piti)과 행복감(sukha)을 현재의 순간에서 경험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걷는 것 자체에 집중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가? 아니면 걷을 때 긴장과 압박감이 있는가? 전화벨소리에 짜증이 올라오는가? 아니면 그곳에서 깊은 평화로움을 경험하는가?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바로 과도한 업무와 함께 쉬지 못하는 것이 그 주된 원인이 아닌가. 집중명상에서 우선적으로 무엇인가 챙기고, 얻고자 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잠깐 앉아 있어보면, 마음은 잠시도 쉬지 않고 이리저리 흘러가는 흰 구름처럼, 아니면 이 나뭇가지 저 나뭇가지로 옮겨 다니는 원숭이와 같다. 이런 마음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과거에 경험한 패턴을 반복하거나, 아니면 닥쳐올 미래에 대한 기획들로 가득 차 있다.

문득문득 과거의 기억, 상처들이 찾아온다. 해결되지 않는 채로 남겨진 이것들은 반복적으로 내 의지와는 관계가 없는 듯이, 통제할 수 없는 강도를 가지고 제멋대로 마구 일어난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런 불편한 경험을 피하기 위해서 무엇인가 미래에 즐거운 일들을 기획하고 없던 일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마음은 룰러게임처럼 자꾸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한다. 이것을 멈추는 유용한 전략이 바로 '현재에 머물기'이다.

알아차림은 손쉬운데 현재를 존재하는 그대로 경험하면서 머물기가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것은 현재의 경험에 주관적이고 개념적인 판단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판단이란 그것에 대한 선입견이나 기억에 의해서 편집된 정보들이다. 이것들은 사물을 그 자체로 바라보고 경험하게 하는데 장애로 작용한다. 명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이러한 언어적인 판단을 멈추는 것이다. ‘현재에 그대로 머물기’를 한다는 것은 판단을 멈추고 그 자체로 현재를 경험한다 것을 의미한다. 걷기 명상은 걷는 경험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행위가 아니다. 걷는 행위는 다른 목적에 대한 봉사나 도구가 아니고, 그것은 그 자체로 완결된 도착점이다.

잠깐 바쁜 업무에서 모든 동작을 멈추고, 눈을 감아보라. 현재에 손은 어디에 있고, 숨은 들어오고 있는지 나가고 있는지. 그 자체를 느끼면서 그 순간에 머물러보라. 그러면 어떠한지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면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37호 / 2014년 3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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