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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잡아먹은 스님들

기자명 원허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4.03.24 15:39
  • 수정 2014.03.24 15:40
  • 댓글 0

어느 큰스님 회상에서 스님들이 수행했다. 하루는 오랜 만에 소풍을 가게 됐는데 한 스님이 수행을 위한 체력보강을 위해 소 한 마리 잡아먹자고 제안했다. 대중들이 동의해 소를 잡아먹었다. 술도 한잔 걸쳤다. 그러나 한 스님이 거부했고, 대중처소로 돌아오자마자 큰스님에게 대중들이 계율을 파했다고 일렀다. 그러자 큰스님은 도리어 문제제기한 그 스님을 대중의 화합을 깨트렸다고 쫓아냈다.

이 전설 같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물었다. 대중 스님들의 행동도 또 큰스님의 행위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펄쩍뛰었다. 이것이 정당하다면 세속사람들과 무엇이 다른지 도리어 물었다. 스님들의 생활이 일반사람과 똑같다면 계율은 의미가 없다. 승속의 구분은 계율에 의해 이루어진다. 계율이 사라진다면 출가의 명분도 사라진다. 승가의 화합도 없을 것이고 정법 또한 승가 속에 머물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 계율을 제정하신 열 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정법이 이 세상에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계에 의해서 선정과 지혜가 생긴다. 따라서 계가 없다면 선정과 지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각 있는 생명들의 고통을 구제하는 자비도 없을 것이며 깨달음을 추구하는 지혜의 빛도 없을 것이다. 중생구제와 깨달음이 없다면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해탈도 없을 것이니 그대로 세속화가 가속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계율에 대한 각성과 계정혜 삼학(三學)에 대한 운동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증봉선사는 ‘동어서화(東語西話)’에서 ‘계정혜 세 무루학(無漏學)이 나의 맥이라면 교종과 선종과 율종은 나의 신체와 같다”고 설하고 있다.

선정과 지혜는 모두 계율이라는 도덕성에 기초하고 있다. 도덕성은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화합하게 한다. 어려운 일들을 처리하는 능력이 생기고 집중력도 늘어난다. 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거나 수행을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어느 사형수가 구치소 뜰에서 작은 풀 한포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 식물의 끈질긴 생명력을 지켜보면서 이 작은 식물의 생명도 이렇게 끈질기고 귀한데, 사람의 목숨이야 말로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기의 죄를 진심으로 참회하게 됐다고 한다. 세간의 중생들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출가자가 출가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술과 고기만이 있고 지각 있는 생명에 대한 자각이 없다면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한 재가불자가 말하기를 어느 스님이 세상 돌아가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다며 술로 달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스님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더라”고 말을 전했다. 그 스님에게는 계율과 부처님 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작금에 이르러 스님들의 비행을 비호하거나 동조하는 불제자나 신도가 있다면 같이 자멸할 수밖에 없다. 스님들은 재가자를 생사의 괴로움에서 잘 벗어나도록 이끌어야할 스승이다. 재가자들도 계율을 지키지 않는 스님이 없도록 스님들을 보호하고 승가를 보호하는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승가의 각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승가가 약해지고 부패하기 시작하면 부처님 법도 같이 쇠퇴한다. 계율에 대해 각성이 필요하다. 계율에 의해 화합하는 승가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 원허 스님
그러므로 보름마다 포살법회를 열어야 한다. 물론 재가자도 대승보살계 포살이 필요하며 반드시 포살에 이어 법문이 이어지는 법회를 해야 한다. 승속이 다 같이 계율을 배우고 실천한다면 화합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승가도 참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이로인해 사회는 탐욕으로 인한 부패 등이 사라져 건전해 질 것이며, 인류와 지각 있는 생명들의 괴로움도 사라질 것이다. 

원허 스님 자비선명상센터 지도법사 bhudam@hanmail.net


[1238호 / 2014년 3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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