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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과거어오백세 작인욕선인

원문: 過去於五百世에 作忍辱仙人하였다 於爾所世에 無我相 無人相 無衆生相 無壽者相하였다.

번역: 나는 지난날 과거 오백생 동안 어떤 곤욕스런 일도 참아내는 인욕행을 실천해 보인 인욕 수행자였다. 그때 나는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었기 때문에 가리왕에게 인욕바라밀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금강경 이상적멸분)

부질없이 욕심을 내면
불행, 화살보다 빨리 와
집착으로 고통 따르니
인욕으로 수행 삼아야

인욕선인의 이야기는 ‘전생담’, ‘금강경’, ‘대지도론’, ‘현우경’, ‘대비바사론’, ‘출요경’, ‘육도집경’ 등에 나오는 석가모니의 전생 수행담이다. 성내는 마음은 중생의 세 가지 독한 마음인 삼독심 가운데 하나이다. 성내는 마음이 가장 무섭고, 참기 힘들다고 한다. 성을 내면 이웃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고 상처를 준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여 잘 참고 극복하면 오히려 그 역경이 일을 성취시켜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참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참으면 복이 오고, 참으면 부처가 된다(忍辱佛)고 한다.

‘아함경’에서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 그리고 어리석은 마음 즉, 삼독의 불꽃이 사라지면 열반 해탈에 이른다”고 하였다. 탐욕과 분노를 조절하고 제어하는 것이 수행이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인욕으로써 잘 참는 것을 수행으로 삼아야 한다. 자신의 뜻대로 안 되면 성내는 마음이 일어난다. 집착하는 마음 때문에 고통이 생기고 분노심이 생긴다.

인간이 사는 사바세계는 본래 예토(穢土)이고 고해(苦海)이다. 온갖 고통 속에 포위되어 있다. 세상은 무상하게 변화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 불안정하다. 따라서 내 뜻대로 되는 일보다는 안 되는 일이 더 많다. 오로지 참고 견뎌야 하는 감인(堪忍)국토이다. 부질없이 욕심을 내고 성질을 부리면 불행이 화살보다 빠르게 다가온다.

‘나운인욕경’에서 “분노와 원망을 품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자신을 불구덩이에 던지는 것과 같다. 그것은 마치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횃불을 들고 가는 것과 같다.… 부처님 제자들은 항상 자신의 마음을 굴복시켜, 남을 해치고자 하는 생각이 일어나면 곧바로 원망과 미움을 없애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용감한 것은 인욕이다”고 하였다. 또 “세상에서 가장 큰 복이 보시지만 보시보다 인욕이 더 큰 복이다”라고 하였다.

인욕선인은 가리왕이 자신의 몸을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을 주었지만 가리왕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의 몸이 본래 흙·물·불·바람 등이 인연화합으로 잠시 형상을 이루고 있을 뿐 실체가 없는 허망한 육신임을 알아서 몸에 대해서 집착하고 아끼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착하는 마음이 욕심을 만들고, 분노하는 마음을 만든다. 따라서 집착하는 마음만 없애면 괴로움도 분노하는 마음도 없다.

우리에게는 집착하는 마음과 착각하는 마음이 있다. 하나는 나의 육신이 영원하다고 집착하고, 나의 생각이 옳다고 착각하는 아상(我相)과 아만(我慢) 그리고 아집(我執)이 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중생이고, 아상을 떠난 사람이 보살이고 부처이다.

‘금강경’에 “형상이 있는 모든 사물이 실제로는 실체가 없는 비상(非相, 無我, 空)인 줄 알면 여래를 본다”고 하였다. 상을 떠나 집착하는 마음이 없으면 부처이다(離相佛). 아상을 버리면 부처이다. 사상(四相)인 인상·중생상·수자상은 아상의 다른 모습의 정신질환이다. 인욕선인은 자기중심적인 나라는 생각(아상)·나는 남과 다르다고 차별하는 생각(인상)·나는 못난 중생이라고 하는 생각(중생상)·자신의 수명이 영원하다는 생각(수자상)에서 벗어나 무아(無我)와 공성(空性)을 깨달았기 때문에 실체가 없는 분노하는 마음과 원망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던 것이다.

화가 나지 않으면 참을 것도 없다. 미워하지 않으면 용서해 줄 것도 없다. 내 마음 어느 곳에도 남을 미워하고 분노하는 마음의 실체가 없다. 잠시 나타났다가 스스로 사라질 아지랑이 같은 것이다. 나그네 같은 번뇌 망상이다.

김형중 동대부중 교감·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238호 / 2014년 3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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