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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찰에 밀려드는 ‘불안감’

기자명 하림 스님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는데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네!”

얼마 전 포교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는 스님들에게서 이런 우려 섞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걱정했던 일이 이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온 것 같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예고됐지만 신중하고 진지하게 논의를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깔려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를 이끄는 대기업 대표들은 앞으로 닥쳐올 경제 위기를 우려하면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10~20년을 내다보고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 사찰도 매해 위기를 걱정하고 힘들게 일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상의 흐름을 직시하고 통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찰을 찾는 신도들은 세속의 잣대로 보면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상점을 찾는 고객과 같습니다. 그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과거엔 절에서 기도하며
자신의 고민 해결했지만
현대화로 이 모습 줄어
시대 따른 변화 찾아야

예전에는 절이나 교회에서 배움도 얻고, 나눔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복지관을 비롯해 각 사회단체나 백화점, 동사무소에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저비용으로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젠 굳이 절에 가야할 이유가 많이 줄어든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문화와 복지 활동을 하느라 절에 올 시간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예전에 우리 부모님들은 살다가 어려움이 있으면 절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기도를 했습니다. 오직 기도밖에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활용하기도 하고 문화프로그램을 이용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그러니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도보다 다른 방법을 먼저 찾고 있습니다. 기도할 시간이 없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이젠 신도들에게 불교를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삼성에서는 K-MBSR이라는 세계적인 명상프로그램을 전 직원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희 절에서도 장현갑 교수님을 모시고 8주간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K-MBSR의 핵심은 일상에서 자신을 알아차리고 깨어 있으면서 주의를 집중하는 훈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존 카밧진이라는 사람이 숭산 스님으로부터 참선을 배우고, 참선과 남방의 위빠사나를 통합해 완성한 것입니다. 미국의 많은 병원에서 환자를 위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가톨릭 병원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명상프로그램의 근원인 불교에서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신도들에게 매일 45분씩 참선을 하고 매주 와서 강의 듣고 자기의 경험을 발표하라고 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낼까요?
새로운 길은 누구나 두렵고 불안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 미룰 수만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시대는 정보화시대에서 영성의 시대 곧, 마음이 주목받는 시절이 오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마음공부가 꽃필 시기가 왔다는 점입니다. 불교가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가 뜻을 모으고 지혜를 모으면 비록 기울고 있는 배라도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길은 있습니다. 한 마음으로 뜻을 모으는 길입니다. ‘신도들이 감동할 때까지!’라는 목표를 가진 사찰이 늘어간다면 불교의 앞날은 밝기만 할 것 같습니다. 

하림 스님 whyharim@hanmail.net

[1240호 / 2014년 4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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