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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에 대한 오해

기자명 원허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4.04.21 10:19
  • 수정 2014.04.21 10:22
  • 댓글 9

평소 알고 지내는 거사님이 한국불교가 힌두화 되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불성이나 여래장이라는 가르침에는 고유한 자아가 있는 것 같이 이야기하는 불자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큰스님들이 ‘참나’를 설할 때 듣는 불자들이 자기에게 고유한 자아가 있어서 화두를 간(看)하면 ‘참나’를 깨닫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템플스테이에서도 구호를 ‘참나를 찾아서’라고 붙여 많은 사람들이 명상하거나 화두를 간하면 자기에게 내재되어 있는 ‘참나’를 깨닫는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무아를 설하셨는데 어찌 참나와 같은 자아가 궁극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불성과 여래장에는 자아라는 실체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실체가 없다. 불성·여래장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씨앗을 의미할 따름이다. ‘불성론’에 의하면 공성(空性)이 모든 상(相)을 없애고 궁극에는 부처를 이루게 하므로 이를 불성이라고 설하고 있다. 공성은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닌 중도이며, 모든 견해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유마경’에서는 병을 깨트려 아무 것도 없는 것이 공이 아니라 병 그대로 공이라고 설한다. 그렇다면 어찌 공성을 자아라고 할 수 있을까?

열반의 4덕인 상락아정(常樂我淨)에도 힌두교의 아트만처럼 아(我)가 명시돼 있지 않느냐고 반론할 수 있다. 그러나 힌두교의 아트만은 고정불변의 ‘유아(有我)’이다. 반면에 공이란 내재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보성론’과 ‘불성론’에서 분명히 설하고 있는 것처럼 상락아정의 ‘아’는 자체성품이 없는 공이며 무아이다.

한때 인도의 힌두수행자 라마나 마하리쉬에 의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명상법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것을 화두참구법의 하나인 ‘이뭣고’와 유사하게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확연히 다르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탐구하는 전제는 자아이다. 자아를 전제로 자아를 탐구하면 그 결과는 자아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뭣고’의 전제는 자아가 아닌 말과 생각을 떠난 불성이다. 불성은 본래 말과 생각을 떠나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름을 그렇게 붙였을 뿐이다. 그러나 불성조차 실체적 개념으로 파악될 여지가 있으므로 화두라는 말로 바꾸어서 간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두를 참구해 참나를 깨쳤다면 그 참나는 무아의 ‘아(我)’이므로 힌두교의 아트만인 ‘참자아’와는 크게 다르다.

무아로서의 불성을 ‘참나’라고 여기는 것은 불교의 뿌리를 흔들고 한국불교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한다.
불자들이나 불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대승의 수행법과 화두참구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어렵게 느껴지는 불교용어나 선어(禪語)를 일반인들이 공감하고 이해될 수 있는 쉬운 용어로 사용하는 언어개혁이 필요하다.

어느 시민선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도를 맡은 분이 “지금부터 ‘이뭣고’합니다”라고 말한 뒤 죽비치고 좌선에 들어갔다. 좌선시간이 끝나는 죽비를 치니까 한 사람이 일어서면서 “이뭣고가 사람잡네”라고 했다고 한다. 아무런 설명 없이 무작정 이뭣고만 하라고 하니 이것을 염불처럼 외우라는 것인지, 아니면 이 말을 깊이 사유하라는 것인지 도통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작정 앉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까. 그 분이 “이뭣고가 사람잡네”라는 말을 왜 했을까 쉽게 짐작이 간다.

▲ 원허 스님
참선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으면 수행은 진전될 수 없다. 무아로서의 불성을 깨닫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수행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꼼꼼한 점검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것이 대중들이 불교를 제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원허 스님 자비선명상센터 지도법사 bhudam@hanmail.net
 
 
 

[1242호 / 2014년 4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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