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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대주교의 하심

“불교의 목적은 인류에 공헌하는 것이다. 이교도를 불교로 개종시키는 것은 우리가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것에 비해 별로 중요하지 않다.”

2008년 달라이라마는 한국불자들에게 봉축 메시지를 보내왔다. 불교의 참 의미를 일깨우는 말씀이다.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를 그대로 닮아가는 한국불교에 내린 경책이었는지도 모른다.

만나는 사람마다 존대하고
온화한 미소가 떠나지 않아

종교를 떠나 부처님께 삼배
국민 고통현장 누비며 위로

최근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이 새삼 ‘몰록’ 일어났다. 가톨릭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와의 만남 때문이다. 4월15일 가톨릭 광주대교구에서 조계종 총무원 특보단장 정념 스님과 김희중 대주교의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21세기 종교의 역할과 생상의 길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대주교는 가톨릭에서 최고위직이다. 한국에는 3명의 현직 대주교가 있고 그 한분이 김희중 대주교다. 추기경 후보로 거론될 만큼 어른인지라 은근한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광주 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의 만남은 걱정을 말끔히 씻어냈다. 할아버지와 같은 온화한 미소가 넉넉했다. 긴장을 녹여내는 묘한 힘이 있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서면으로 미리 써주는 바람에 대담은 담소분위기로 진행됐다. 김희중 대주교는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했다. 존대는 물론이고 스스로를 한없이 낮췄다. 정념 스님의 낙산사 복원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했고, 진행 중인 흥천사 불사에 대해서는 격려를 잊지 않았다. 표정과 말 속에 담긴 진정성이 마음으로 읽혔다. 귀찮을 법한 사진촬영도 싫은 기색이 없었다. 손님인 우리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신부와 수녀, 신도들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예외가 없었다.

김희중 대주교는 학식과 인품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영어, 불어, 이태리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고, 20년간 광주가톨릭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러면서도 권력과는 타협하지 않았다. 강정마을이나 4대강공사처럼 고통의 현장을 찾아 위로하고 국가권력의 부당한 선거개입을 꾸짖는 시국미사를 열기도 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한국가톨릭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봉축 때마다 절을 찾아 축하메시지를 전했고 이웃종교 현안에도 귀를 열었다. 지난 2010년에는 특별히 낙산사까지 찾아가 불사중인 정념 스님을 격려했다. 부처님께 삼배도 올렸다. 그러면서 이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신 부처님께 경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행은 김희중 대주교와 함께 광주 무각사에 들렀다. 김희중 대주교는 떠나는 일행에게 불사를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무각사 스님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종교를 초월한 마음 씀씀이에 존경심이 절로 일었다.

김희중 대주교는 기차역까지 우리를 배웅했다. 손을 흔들며 돌아서는 김희중 대주교의 로만칼라 신부복 앞섶에 스치듯 눈길이 미쳤다. 앞섶은 많이 낡아 헤져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김희중 대주교의 거짓 없는 삶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름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름도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 김형규 부장
김희중 대주교는 종교간 화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단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에게 저주를 퍼붓는 야만의 시대. 김희중 대주교의 아름다운 삶이 못난 종교인들의 어깨를 매섭게 후려치고 있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42호 / 2014년 4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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