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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불매인과

원문: 大修行底人은 還落因果也無입니까, 師云하기를 不昧因果이다. 老人於言下大悟하였다

번역: 수행을 잘 해서 깨달은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백장선사께서 이르시기를 “인과법에 어둡지 않느니라”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순간 노인은 깨달았다.(무문관)

업은 의지적 작용이고
보는 필연적 반응이다
선악의 원인과 결과도
형체 따른 그림자 같아

‘무문관’ 2칙과 ‘종용록’ 8칙에 나오는 ‘백장야호(百丈野狐)’라는 화두이다. ‘백장불매인과’라고도 한다. 이 내용은 불교의 기본 교리인 인과법칙을 간화선의 입장에서 상량하는 공안이다.

‘백장선사가 여우를 예로 들어 인과법문을 설한 공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백장선사가 법문을 하고 있는데, 한 노인이 혼자 남아있으므로 ‘무슨 일입니까?’ 물으니, 노인은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과거생에 백장산에서 설법을 하고 있었는데 공부하는 스님이 와서 수행을 다 마친 깨달은 사람도 인과법을 어기면 지옥에 떨어집니까?’라고 묻기에 ‘깨달은 사람은 퇴전하지 않기 때문에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因果不落)라고 틀리게 설법을 한 업보로 여우의 몸을 받게 되었습니다. 부디 저에게 깨달음의 법을 설해주셔서 여우의 몸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는 다시 옛적의 그 질문을 던졌다. ‘깨달은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백장선사가 곧바로 외쳤다. ‘인과에 어둡지 않다(因果不昧).’ 그 순간 노인은 홀연히 깨닫는다.”

부처님께서 ‘아함경’에서 설한 실천적 교리 가운데 제일 처음 닦아야 할 교법이 업설(業說)이다. 업은 의지적 작용이고, 보(報)는 필연적 반응이다. 업인보과(業因報果)의 법칙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반드시 그것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있고, 또 그 원인이 새로운 결과를 이루게 된다. 이것이 불교의 모든 교리에 통용되는 기본교리인 인과법이다.

씨앗을 뿌리면 싹이 돋아나듯이 자연 현상계의 사물뿐만 아니라 인간의 행위(業)에 의한 결과도 선한 행위에는 선한 결과, 악한 행위에는 나쁜 결과가 따른다. 선악의 원인과 결과는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다.

‘법구경’에는 선악에 대한 인과의 과보가 받는 시기에 차이만 있을 뿐 틀림없음을 노래한 게송이 있다. “악의 열매가 맺기 전에는 악한 사람도 복을 만난다. 그러나 악의 열매가 익었을 때는 악한 사람은 재앙을 받는다. 선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선한 사람도 이따금 화를 만난다. 그러나 선의 열매가 익었을 때는 선한 사람은 복을 누린다.”

‘삼세인과경’에는 다음과 같이 과거·현재·미래 삼생의 인과를 설하고 있다. “만약에 전생의 일을 묻는다면 금생에 받는 것 그대로니라. 만약에 내생의 일을 묻는다면 금생에 짓는 것 그대로니라.(若問前生事 今生受者是 若問後世事 今生做者是)”

인과의 법망(法網)과 연기(緣起)의 중중무진한 그물망은 성인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어리석은 중생은 의심이 많은 여우의 마음(野狐情)으로 ‘설마’, ‘혹시나’,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인과를 무시하고 죄악을 짓는다.

백장선사가 여우를 모델로 삼아 인과법문을 설한 깊은 뜻은 “깨달은 사람은 다시는 퇴전(退轉)하지 않음으로 막행막식 해도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 것이다. 예외는 없다. 하물며 범부 중생은 말할 것도 없다.

술은 마신 만큼 취하고, 공부는 한 만큼 아뢰야식 속에 저장된다. 가장 인과가 확실하고 빠르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일화다. 고향 친구를 종로에서 만나 백주 대낮에 소주를 마셨다. 친구가 물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 마디로 말해다오.”, “인과법이다.”, “시시하게 그렇게 말고 조사스님의 선문답으로 말해봐라.”, “소주 5병이다.”, “앵?”, “소주 5병을 마시면 내일 아침 창자가 끊어지는 인과의 도리를 깨닫는다. 살려달라고 저절로 관세음보살을 부를 것이다.” 하였다. 친구는 소주 5병을 함께 마시고도 그 뜻을 알지 못하고 계속 술을 마시다가 죽었다.

김형중 동대부중 교감·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242호 / 2014년 4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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