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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세월호’, 미안합니다.

기자명 박상준

안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시방삼세 제불보살님과 모든 성인분들과 천지신명 모든 분에게 기적적으로 모두가 구조되도록 해주십사 축원을 올린다. 명을 달리한 모든 분들도 부디 좋은 세계로 속히 가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곳곳에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점등식이 행해지고 있다. 해마다 반가운 마음이 든다. 길거리에도 연등이 줄지어 걸린다. 가끔 가다가 전선줄에 연결되어있는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연등이 있긴 하지만 환하게 켜져서 온누리를 밝히는 일은 보통 큰 일이 아니다.

오랜시간 가슴 아플 ‘세월호’
함께 안고 풀어 가야함이니
연등전깃줄이 연등 밝히 듯
환하게 켜져 기적 일어나길

우리 몸에도 보이지 않는 연등전깃줄이 있고 곳곳에 연등을 밝히는 전구도 있다. 복잡 미묘하면서 초우주 입체적으로 정교한 이 입체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결리거나 쑤시거나 당기는 증세없이 건강하게 생활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간혹 이 몸속의 연등전깃줄이 어떤 원인에 의해서 눌리거나 정상적인 위치에서 약간만 옆으로 소풍을 가면 이때부터 난리 아닌 난리가 난다. 밤새 어깨가 저리고 잠은 오려다가 십만팔천리 도망을 가고 선잠이 살짝 들었다가도 마당 구석에서 바람에 날리는 라면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도 바로 깨어난다. 다른 사람이 캄캄한 방에서 화장실 가려고 지나가다가 팔꿈치라도 무심결에 툭 차면 바로 일어나서 멱살을 잡는다. 그 사람은 정말 아무 생각없이 잠결에 발이 걸렸을 뿐인데 아픈 사람은 저 인간이 틀림없이 고의적으로 자신을 힘껏 찬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필자 자신의 경험담이다.

지금은 구십오퍼센트 정도 스스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아 극복했지만 거의 50여년을 극심한 어깨통증에 처절하게 시달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반가운 마음에 어깨를 툭 친다. 그 순간 온 몸에 천만 볼트 이상의 통증전기가 온몸으로 찌르르 퍼진다. 어깨를 부여잡거나 숨을 들이쉬고 한참 진정시켜야만 통증이 겨우 가라 앉았다.

묘하게도 밤시간이 되면 통증의 정도가 입체적으로 증폭되었다. 잠자는 후배를 깨워서 어깨를 깔고 앉으라고 큰소리낸적이 많다. 많은 후배님들에게 참 많은 신세를 졌다. 이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이제는 매우 건강하다는 이야기도 함께 보낸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문 공부를 하는 동안은 기이하리만큼 마음이 편안해지고 통증도 거의 가라앉아주었다. 물론 나중에 통증이 심해졌을 때는 그마저도 효과가 극심하게 떨어지긴 했다. 여러 가지 고마운 인연 덕분에 그 통증이 몸속의 연등전깃줄과 전구의 시스템 이상 때문에 밀려온 것이었구나 하는 것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다. 대학원 시절 족삼리 양쪽에 한시간씩 타들어가는 뜸을 뜬 자국이 지금도 선명하다. 아, 호흡과 뜸불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면 시원하지만 아차하고 호흡을 놓치는 순간에 날카로운 송곳처럼 찔러 들어왔던 그 통증은 6·25와 함께 더불어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지금 ‘세월호’가 안겨주고 있는 아픔은 현재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두고두고 아프게 할 게 틀림없다. 함께 안고 가야할 우리 모두의 아픔이다. 함께 아파하면서 함께 풀어가야할 시대의 아픔이다.

옛날 큰스님들께서는 사하촌에서 큰 사고가 나거나 가뭄이 들면 나의 수행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참회를 올렸다.

‘세월호’ 때문에 직접적으로 아픔을 겪고 계신분들께 “미안합니다”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세월호’에게도 미안합니다. 진도 앞바다님에게도 미안합니다.

생사고해에 떠있는 ‘지구촌 세월호’에 우리 모두가 사실은 함께 탑승하고 있다. 지구촌의 연등전깃줄과 전구가 어서어서 정상회복 되길 축원 올린다. 참회 올린다.

옴살바못자모지사다야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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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242호 / 2014년 4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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