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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 “이웃의 아픔이 곧 내 아픔”

▲ 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
28일 봉축사 발표…‘세월호 참사’ 애도
“생명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회 만들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봉축사를 발표하고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 아픔을 함께 나누자”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4월28일 배포한 봉축사에서 “부처님은 이웃의 아픔은 곧 내 아픔이고, 내가 평화롭기 위해서는 이웃을 평화롭게 해야 함을 깨우치게 했다”며 “아픔을 나누면 가벼워지고 행복을 나누면 두 배가 된다. 어떤 큰 아픔도 이겨내도록 이웃의 손을 함께 잡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물질이나 권력 앞에 생명의 가치는 땅에 떨어진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며 “그 무엇보다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님은 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여객선의 갑작스런 사고로 길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영가분들이 어둠과 혼란에서 어서 나오기를 기도한다”며 “어렵겠지만 빛을 향해 힘을 내고 비통함과 원통함을 더 큰 마음으로 승화해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실종자에게도 “어서 빨리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가족들도 부디 시간이 더디더라도 기운을 내고 슬픔을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은 5월6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봉행한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다음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봉축사 전문.

- 내 이웃의 아픔이 곧 내 아픔입니다 -

친애하는 불자와 국민여러분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부처님은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지혜와 복덕을 다 갖추고 있다고 선언하신 날입니다. 모든 인간의 대자유와 대열반을 선언한 날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일체 만물들에게도 대평화가 깃들어 있음을 선언하신 날입니다. 하늘은 축복을 노래하였고 땅은 진동으로 화답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넘어진 것을 일으켜 세웠으며, 보이지 않던 것을 바로 보게 하였으며, 치우친 생각을 바르게 깨우쳐 주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하였으며, 한 뿌리임을 알게 하였습니다. 이웃의 아픔은 곧 내 아픔이고, 내가 평화롭기 위해서는 이웃을 평화롭게 해야 함을 깨우치게 하였습니다.

내가 존중 받기 위해서는 남을 먼저 존중해 주어야 하고, 내 가족이 보호 받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남의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아픔을 나누면 가벼워지고 행복을 나누면 두 배가 됩니다. 내 얼굴인 이웃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합니다. 어떤 큰 아픔도 이겨내도록 이웃의 손을 함께 잡아 주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부러워 할 만큼 짧은 시간에 부와 번영을 만들어냈습니다. 가장 부지런하고 가장 성실한 국민들 덕분입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일하고 쉼 없이 달려 왔습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부강한 나라를 세웠으며, 이제는 경제를 넘어서 문화적으로도 다른 나라가 부러워 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돈이나 명예가 없으면 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도 지키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습니다. 물질이나 권력 앞에 생명의 가치는 땅에 떨어진 사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바른 생각이나 바른 실천을 몰라주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는 미래가 밝지 못한 사회입니다. 우리는 예의와 도덕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민족입니다. 이제라도 우리 자신을 돌이켜야 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바른 생각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윗 사람과 아랫사람이 소통하기 쉬운 나라, 이웃과 이웃이 소통하기 쉬운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상과 사상이 서로 다르더라도 잘 살고자 하는 다양성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함께 나아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일 할 때는 작은 일이라도 품앗이를 하는 나라, 짬이 생기면 문화예술로 쉬는 나라, 맛있는 음식은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는 이웃 사촌이 많은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른을 공경하는 나라, 우리의 아이들을 모두가 내 자식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키우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족하더라도 마음이 여유로운 나라, 기회가 되는대로 이웃나라를 도와주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특별히 여객선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길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영가분들이 어둠과 혼란에서 어서 나오시기를 기도 합니다. 정말 어렵고 어려우시겠지만 빛을 향하여 힘을 내시고 비통함과 원통함을 더 큰 마음으로 승화하시어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기원 합니다. 또 아직도 실종 상태에 있는 모든분들이 어서 빨리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그 가족분들의 아픔을 함께하면서 부디 시간이 더디더라도 기운을 내시고 슬픔을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바람과 햇볕이 원만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오늘,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축원 합니다.

불기 2558(2014)년 부처님오신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 승 합장
 


 

[1243호 / 2014년 4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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