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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느낌이란

기자명 인경 스님

느낌과 행동은 순식간에 자동인형처럼 반응

우리는 일상에서 느낌이 좋다 혹은 나쁘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느낌은 막연한 어떤 감, 분위기이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영역을 말한다. 분명하게 자각하기가 어려운 만큼 인간의 무의식적인 행동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친다. 우리는 의식하기도 전에 벌써 달콤한 느낌에는 저절로 끌려가고, 불쾌함에 대해서는 쉽게 혐오감을 표현한다. 느낌과 행동 사이에는 간격이 없는 듯 순식간에 자동인형처럼 반응을 한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느낌에 대한 자각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마음에서 신체 현상 표현되고
과거 경험 따라 무의식적 표출
현재 감정에 충실하게 임하고
스스로 만든 현실에 책임져야

불교 심리학에서 ‘느낌’에 해당되는 용어는 팔리어로 웨다나(Vedana-)이다. 한역에서는 수(受)로 번역하였다. 수(受)는 자극 따위를 ‘입다’거나 혹은 ‘받다’고 하는 수동적 의미로 사용된다. 마치 밖으로부터 감각기관에 주어지는 경험으로 인식된다. 영어에서는 감각(sensation)이나 느낌(feeling)으로 번역하여 사용한다. 감각은 육체적인 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되고, 느낌은 정신적인 측면이 강조된 번역어이다. 실제로 느낌은 몸과 마음의 영역에 걸쳐져 있다. 느낌은 육체와 정신을 매개하는 징검다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화가 났을 때 신체의 변화를 관찰하여 보면, 호흡과 맥박이 빨라졌고, 안면 근육은 긴장되어 있다. 성남의 현상은 분명하게 마음의 작용이다. 이 마음현상은 흥분이라는 육체적인 현상을 동반한다. 다른 예를 들어보면 감기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기침, 두통, 콧물, 뜨거운 열기와 같은 신체적인 현상들로 경험된다. 그것은 피하고 싶은 불편한 느낌들이다. 마음현상은 반드시 몸으로 표현된다. 마음현상들은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신체현상은 분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몸의 반응을 통해서 우리는 마음현상을 이해하고 통찰할 수 있다. 마치 나뭇가지가 흔들림을 보면서 그곳에 바람의 존재를 인식하듯이 말이다.

그러면 느낌은 어떤 조건에 의해서 발생될까? 불교경전에서는 신체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의식이 외적인 대상에 접촉하였을 때 발생된다고 말한다. 이것을 접촉(phassa, 觸)이라고 한다. 접촉을 구성하는 요소는 ‘감각(根)’, ‘대상(境)’, ‘의식(識)’이다. 이것을 한역에서는 삼사화합촉(三事和合觸)으로 번역하였다. 일상에서 느낌이 발생되는 상황이란 눈이나 귀와 같은 감각, 색깔과 소리와 같은 대상, 의식 세 가지를 조건으로 화합된 경우이다. 이들이 화합하여 느낌이 발생된다. 꽃을 보면 기분이 좋은 느낌이 일어나는 경우를 보자. 꽃의 색깔은 눈의 대상이고, 향기는 코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 의식이 개입되면, 곧바로 이곳에서 접촉이 일어나고 느낌이 발생된다.

그런데 왜 우리는 동일한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불편을 느끼는 것일까?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올까? 그것은 대상이나 감각기관보다는 의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현상을 초기불교보다는 대승의 유식불교에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설명한다. 유식불교에서는 느낌을 발생시키는 요소로, 잠재의식(제8식 종자)을 말한다. 종자란 언어적인 판단이고, 자기의식이고, 선악의 행위이다. 이것들에 의해서 그 결과는 달라진다.

엄마에 대해서 화가 날 때는 어떤 언어적인 판단을 했고, 그런 판단은 자기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다. 반면에 엄마에 대해서 미안함을 경험하는 것은 선악의 윤리적인 어떤 행위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모든 현상은 의식이 과거의 경험내용에 의해서 물들여져 있다고 말한다. 선행된 정보가 현재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마치 파란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온통 세상이 파랗게 보이는 것과 같다. 잠재된 의식이 대상을 접촉하는 순간에 활성화되면서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입장에 서면 우리는 대상을 순수하게 경험하지 못하고, 항상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편집하게 된다.

때문에 현재에 내가 경험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 선택하여 만들어진 자신이 창조한 세계이다. 대상에서 느끼는 감정은 대상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것은 스스로의 의식이 만들어낸 감정이다. 우리는 일체가 바로 마음이라는 사실을 자꾸 망각한다. 선택은 스스로 만들어낸 현실에 대해서 책임을 동반한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44호 / 2014년 5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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