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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신 벗은 싯다르타 맨발서 출가정신 찾다

  • 불서
  • 입력 2014.05.12 11:18
  • 수정 2014.05.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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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맨발’ / 한승원 글 / 불광출판사

▲ '사람의 맨발'
주름은 사람의 됨됨이를 말한다. 삶의 궤적이 얼굴과 손에 깊이 새겨지기 때문이다. 땅이란 거친 곳을 디디고 서거나 걷는 발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발은 어떨까. 물 위를 걷거나 구름처럼 허공을 걷는 부처님은 없다. 우리와 같이 거친 땅을 밟고 걸었던 한 사람, 싯다르타일 뿐이었다.

싯다르타는 크샨티데바와 비슈바미트 두 스승에게 끊임없이 동화를 들었다. 굶주린 어미 호랑이의 죽음에서 새 생명 아기 호랑이가 태어난다. 아기 호랑이는 어미 양의 젖을 물고 양처럼 울며 양처럼 풀을 뜯어 먹고 산다. 어느 날 마주한 젊은 호랑이의 가르침으로 살코기를 먹으며 자신의 본성을 찾고 마침내 포효한다. 그리고 너른 들판으로 사냥을 떠난다. 두 스승은 나라를 부강하게 할 전륜성왕 혹은 부처님과 보살님 그림자가 이미 싯다르타 안에 있다고 침을 튀기며 강조한다.

싯다르타는 아기 호랑이와 같았다. 마야 왕후의 죽음에서 태어났으며 양처럼 자랐다. 왕궁에서 호위호식하며 어여쁜 아내와 살았다. 농경 제도를 바꿔 나름대로 성공한 태자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인도 사회에 만연한 카스트 제도에 부딪혀 가택연금 등 좌절을 맛봤다. 왕족이나 귀족인 크샤트리아의 자본이 농업이나 상업에 종사하는 바이샤 계급으로 흘러들어가 노예인 수드라를 부렸다. 크샤트리아는 손 안대고 부를 축적하고 바이샤는 수드라를 통해 돈을 벌어들였다. 밑바닥에서 일을 하던 불가촉천민은 사람 취급도 못 받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특히 모든 일이 신으로 연결되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인 마야 왕후의 죽음도 신의 뜻, 전륜성왕이 되는 것도 신의 뜻, 카스트 제도도 신의 뜻이라는 인도 사회의 부조리를 견딜 수 없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세상에 우뚝 홀로 선 절대 고독자인 사람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사무치게 깨달았다. 출가를 결심하고 궁을 나섰다. 금빛 안장과 금빛 수레에서 내려왔고 가죽신과 화려한 옷을 벗고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양의 껍질을 벗고 호랑이의 본성을 찾아 나섰고, 결국 포효했다.

“내 영혼의 스승 석가모니 부처님의 삶을 소설로 쓰는 게 오랜 소망이었다. 여행 중 와불의 맨발을 보곤 했다. 길 위에서 태어나 평생 온 세상의 길을 맨발로 걸어 다니며 사람의 길에 대해 가르치다 길 위에서 열반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맨발’이란 무엇인가.”

▲ 소설가 한승원이 신격화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인간 싯다르타의 속살을 꺼내 ‘사람의 맨발’에 펼쳐 보였다.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우리에게 친숙한 소설가 한승원이 싯다르타를 재해석했다. 신격화라는 껍데기를 벗겨내고, 인간 싯다르타의 속살을 꺼냈다. 소설 ‘사람의 맨발’은 싯다르타의 맨발에 담긴 의미를 가감 없이 파헤쳤다. 그는 출가정신과 출가수행자가 걸어야 할 길을 싯다르타의 맨발에서 찾았다. 중생과 함께 맨발로 걷고 서 있는 더러운 현실을 제도하는 것. 그는 대승불교의 정신을 여기에서 드러냈다.

“연꽃은 더러운 늪에 뿌리를 내리고 더러운 물을 빨아 먹고 사는 식물인데, 진분홍의 깨끗하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낸다. 우리가 닦고 있는 도라는 것도 그 연꽃과 같은 것이다. 더러운 세속에 몸을 담고 살면서 핍박받는 중생들을 제도하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자비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도이지 않느냐(p282).”

카샤파(가섭)는 스승이 열반한 지 7일째 되는 날 싯다르타의 관 앞에 다다라 두 맨발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울었다. 싯다르타의 맨발은 발가락과 발톱들이 돌부리에 차이고 삐죽한 자갈과 가시에 찔리고 긁혔다. 상처는 아물다가 또 생채기를 냈고 발바닥은 땅을 닮듯 거칠어졌고 가죽은 두꺼웠다. 그 맨발의 심오한 뜻을 맨발을 감싸 안고 있는 카샤파만이 알고 있었다. 우리는 ‘사람의 맨발’을 감싸 쥐고 통곡할 수 있을까. 1만3800원.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244호 / 2014년 5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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