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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종교연구 분야서 일방적 불교 배제”

  • 교학
  • 입력 2014.05.16 11:25
  • 수정 2014.05.20 12:39
  • 댓글 13

가톨릭과 기독교신학만 포함
종교로서 불교학 연구 부정
연구평가·지원 등 편향 우려
불교학계 ‘종교성 무시’ 반발
학회 차원 적극적 대응 모색
종교학자들도 ‘차별’ 지적
“문체부 종교차별위에 제소”

국내 학문 기초연구지원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정민근, 한연)이 종교분야 책임전문위원 선정과정에서 기독교와 가톨릭은 포함하면서 불교는 배제해 종교편향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인 한연이 불교의 종교성을 배제했을 뿐 아니라 향후 불교 관련 학회나 학자들의 연구지원 평가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불교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연은 해당 학문분야의 특성을 폭넓게 이해하고 연구과제 수행 경험과 연구관리 능력을 고루 갖춘 연구자를 책임전문위원 및 전문위원으로 위촉하기 위해 4월30일 한국종교학회에 후보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기독교 10명, 가톨릭 10명, 한국종교 10명의 후보로 각각 추천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종교인구비율이 가장 높고 역사성과 문화적 영향이 큰 불교를 종교분야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한연 인문학단 관계자는 “종교분야는 상대적으로 불교 연구자 층과 폭이 적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불교 연구자들은 (종교분야가 아닌) 철학분야 중 ‘불교’에 지원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불교는 철학에 앞서 종교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서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한국에 다양한 종교가 있고 그것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음에도 종교분야에서 불교를 뺀 것은 한국불교의 종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한연은 종교차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원철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도 “불교는 가톨릭, 개신교와 마찬가지로 엄연한 종교학의 한 분야”라며 “한연이 임의로 특정 종교를 명시해 위원추천을 요구한 것은 그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질타했다.

▲ 종교편향 논란에 휩싸인 한국연구재단의 홈페이지.

이런 가운데 한연의 책임전문위원은 종교분야 연구사업 평가와 분야별 연구비 배분방안 수립 등 정부의 학술사업에 깊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향후 종교학으로서의 불교연구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서광 스님은 “한연의 공문 내용을 읽어보고 참담함을 느꼈다”며 “종교편향이 일부 공직사회뿐 아니라 학계에까지 깊이 뿌리내리고 있고 불교학이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음을 절감했다”고 털어놓았다. 권탄준 금강대 불교학부 교수도 “한연의 이러한 태도는 학문의 고른 발전을 저해하고 종교간 갈등을 부추긴다”며 “이번 사안은 용납해서도 용납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동명대 불교문화학과 교수는 “한연이 적용하는 학문분류체계 자체에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2년 전 공개석상에서 지적했었다”며 “이번 일은 예견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연의 후보추천 내용이 알려지면서 학회 차원에서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김용표(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한국불교학회장은 “공직자들의 종교편향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더니 근래에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할 학계마저 공공연히 불교를 차별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며 “이번 일은 불교의 종교성을 부정하는 심대한 사안인 만큼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은수(서울대 철학과 교수) 불교학연구회장도 “한연이 책임전문위원 후보를 이런 방식으로 선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연의 책임전문위원 선정기준이 편향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불교학계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게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자는 “학문의 차별을 좌시하면 이 같은 일이 끊임없이 확대․반복될 수밖에 없고 결국 한국불교학의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불교학계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는 동시에 문화체육관광부 종교차별심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45호 / 2014년 5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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