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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부처님오신날 ‘싸가다와’

  • 법보시론
  • 입력 2014.05.19 11:17
  • 수정 2014.06.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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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어린이날 다음날인 5월6일이었다. 그런데다 징검다리 황금연휴까지 겹쳐있어 온 나라가 놀자판에 빠져있을 법도 하건만, 세월호참사의 여파 탓인지 예정되었던 축제들이 취소되는 등 자못 성숙한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지나간 것 같다. 그러나 티베트의 경우는 우리와 다르다. 올해가 12년 만에 돌아오는 말띠해이기 때문이다. 티베트민중들이 벌써부터 들떠 있는 분위기여서 그에 따라 중국 공안당국의 촉각도 예민한 상태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티베트력으로도 올해는 말띠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남성-나무-말(Men-Wood-Horse)’에 해당된다. 티베트인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탄생한 해가 말띠해라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유명한 음유시인이며 밀교성자인 밀라레빠(1052~1135)가 성산 카일라스를 토착종교인 뵌뽀교로부터 되찾아온 해도 말띠해라고 알고 있기에 특별히 의미를 확대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올해 카일라스를 도는 순례행위, 즉 꼬라행위는 보통해의 12배 공덕이 있다는 식이다.

티베트에서의 불탄일은 우리와 달리 4월15일이어서 올해는 양력으로 6월13일이 된다. 티베트의 불탄일 행사는 날짜와 규모 면에서 우리와 많이 다르다. 티베트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성도일과 불탄일 그리고 열반일이 모두 4월에 몰려 있다는 것을 강조하여 4월 한 달을 통째로 축제기간으로 지정, ‘싸가다와(Saga Dawa, 薩嘎達瓦節)’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불탄월(佛誕月)’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싸가’는 석가모니를, ‘다와’는 달(月)을 뜻한다. 그래서 4월 달 전체를 성스럽게 여겨서 금욕생활에 들어가며 공덕을 쌓고 보시를 행하는 등 여러 가지 방편으로 불탄의 의미를 기린다.

싸가다와의 불꽃은 티베트 민중들의 가슴속에서 4월 한 달 내내 꺼지지 않고 밝은 빛을 발하지만, 올 싸가다와 축제의 최고의 절정은 수미산이라고도 불리는 성산 카일라스에서 거행된다. 오색의 기원 깃발인 ‘다르촉(經幡)’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높이 25m ‘타르보체(Tarboche)’라는 거대한 기둥을 12년 만에 새로 교체해서 세우는 이벤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카일라스는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 자이나교 그리고 티베트 전통종교인 뵌뽀교에서도 숭배하는 성산이다. 이 산에는 ‘산돌이-꼬라’라고 불리는, 산을 둥그렇게 둘러싼 순례용 길이 있다. 56km에 달하는 이 길은 해발 4675m에 위치한 베이스 캠프격인 다르첸 마을에서 시작해 중간에 5620m 높이의 될마라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치 않다. 티베트인들은 카일라스의 꼬라를 평생 꿈으로 여기는데, 꼬라를 세 번 돌면 전생의 업까지 소멸되며 108번 돌면 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드디어 4월15일 사시(巳時)가 되면 서쪽 순례길 입구인 강니초르텐 근처에 수만 명 순례객들이 운집한 가운데 수십 명의 승려들이 행사장으로 들어와 경전을 낭송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수백 명의 장정들이 달려들어 바닥에 눕혀져있던 기둥을 묶은 수천수만 장의 오색깃발이 달린, 수 십 가닥의 줄을 사방으로 팽팽하게 당겨서 수직으로 세운 다음, 둥근 원형으로 고정시킨다.

승려들이 기둥 아래 부분에 성수와 티베트 전통 술인 ‘창’으로 축복의 세례를 하고나면 다음에는 순례객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역시 창과 흰색 ‘짬빠’ 가루를 하늘에 뿌리는 난장판이 연출된다. 물론 이때 나팔과 징과 북 같은 여러 가지 악기들이 요란하게 분위기를 돋우며 거창한 싸가다와 행사의 회향을 알린다.

김규현 한국티베트문화연구소장 suri116@hanmail.net
 

[1245호 / 2014년 5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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