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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은 사회 공동의 책임

  • 기고
  • 입력 2014.05.19 11:53
  • 수정 2014.05.19 11:55
  • 댓글 2

[기고 - 독일에서 보내온 편지]

▲ 안성두 교수
법적 정치적 책임소재는 명백
사회적공업에 대한 토론 필요

지난해 9월부터 1년 동안 독일 함부르크대학에서 방문교수로 체류 중인 안성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5월15일 세월호 사태와 관련된 글을 보내와 이를 전문 게재한다.  편집자

세월호 사건이 터진지 한 달이 되어갑니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고 아직도 인양조차 못한 어린 주검이 있기에 모든 언론매체는 계속해서 이를 가장 중요한 기사로 다루면서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무책임과 부패의 고리가 얼마나 깊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는 이런 사회적 병리현상을 보면서 좌절하고 분노하다가 절망하는 전형적인 사회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조금 떨어져서 그런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한국사회의 집단적 증후군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나 개선책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고 희생양을 제단에 올리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면 안타까운 젊은이들의 희생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없을 것이며, 그렇다면 이는 이들의 죽음을 더욱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사건과 후속하는 사태를 보면서 법적인 책임과 정치적이고 도의적 책임, 사회적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가는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법적인 책임은 당연히 세월호가 속한 선박회사와 탐욕스런 소유주, 그리고 직접적으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선장이나 선원이 짊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감독하지 못한 관리들도 책임을 나누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적이고 도의적 책임은 당연히 현 정부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이 지면서 제도개선을 마련해가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법적, 정치적 책임보다 더 근본적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사회적 책임의 문제입니다. 사회적 책임이란 표현이 적당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불교적으로 표현하자면 공업(共業)에 대한 의식, 아니면 오래전에 김수환 추기경이 말씀하셨던 “내 탓이요”라는 의식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참다운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이런 의식을 발전시키고 우리의 사회적 행위의 근본으로 삼지 못한다면, 이런 종류의 위기는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적되고 있듯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 규칙이나 안전에 대한 무감각이라면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일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의무와 책임에 충실한 사람이 당연히 많이 있겠지만 그런 비율이 아마 지금 제가 머무는 독일보다 한결 낮을 것이며 그런 점에서 보다 불안한 사회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사회적 공업이라고 했을 때, 제가 묻고자 하는 것은 과연 우리 모두가 그런 사회적 의무에 충실했느냐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교통사건과 세월호를 비교했다고 해서 문제가 되어 사직한 어느 언론인의 말이 제게는 틀렸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운전을 할 때, 빨간 불 앞에서 정지를 해야 한다는 규칙은 가장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입니다.  이곳 독일에서는 절대적으로 규칙에 따라 운전하며, 누가 보든 안보든 그렇게 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밤에 아무도 없더라도 많은 차들이 빨간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무도 없는 밤에 이 규칙을 그대로 따른다면 그런 운전자는 욕을 먹거나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운전규칙을 예로 든 것은 그것이 누가 보든 안 보든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과 그것을 지켜야 할 책임이 모든 참여자에게 있음을 가장 비근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문제의 근원에 사회 전체 구성원들의 공동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누구도 여기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정치권과 관료집단을 떠나 다른 사회집단의 역할에 시선을 돌려보아도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그다지 높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법적인 면에서 저나 여러분이 세월호 사건에 직접 책임은 없겠지만, 공업이라고 했을 때 제가 말하려는 것은 영국의 어느 형이상학파 시인이 말했듯이 “한 마리 개가 주인집 문 앞에서 죽어갈 때 제국의 종말이 온다”고 했던 그런 정신적 의미에서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학교에 다니고 회사에 다니면서 그 의무와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은 것과 그 선장이 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은 것 사이에 과연 어떤 본질적 차이가 있는 것일까? 결과의 측면에서 보면 커다란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에게 그것이 닥치지 않은 것이 단지 행운에 불과하다면, 그리고 그런 불운이 어느 누구에게나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여느 정치가처럼 고함이나 치고 남의 탓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국의 불행한 사건을 보면서 저는 이 문제가 대승에서 말하듯이 인드라망과 같이 인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이 인과의 고리에서 면죄부를 받을 사람은 우리 사회에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병폐로 지목된 ‘대충대충’의 일처리 방식과 황금에 대한 갈망이 일차적인 인과의 거친 망처럼 보이지만, 우리 사회를 발전시켰다고 평가되는 ‘빨리빨리’ 문화도 여기에 한 몫을 했을 것입니다. 사실 빨리 변하는 사회에서 확고한 안전을 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말입니다.

이 불행한 사건을 통해 제가 얻은 개인적인 교훈은 선생으로서의 의무에 보다 충실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제 마음 깊은 곳에 뿌리내린 악습과 욕망, 무책임한 대충의식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저의 의식과 연결된 이 사회 내의 타인도 역시 이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안성두 교수 sdahn@snu.ac.kr
 

[1245호 / 2014년 5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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