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스님은 2009년 7월 B로부터 O사찰과 O사찰이 위치한 토지를 매입해 사찰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왔다. O사찰은 1979년 신축된 것으로, 신축 당시 O사찰은 사실상 진입로가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누구에 의해 처음 개설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웃한 토지를 통해 공공도로와 연결되는 폭 3m 규모의 길은 생겼고, 1990년 무렵 사찰을 방문하는 신도와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시멘트포장이 이뤄졌다. 현재 이 진입로는 도보나 차량을 이용해 공공도로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사용되고 있다.
진입로 없어 개설한 길은
타인 소유 토지 침범해도
‘토지통행권’ 인정 용인
그러던 어느 날 O사찰이 진입로로 사용하는 토지의 소유주인 B는 “아무런 권한도 없는 O사찰과 A스님이 개인 소유의 진입로에 콘크리트 포장을 하고, 도로를 개설한 다음 통행로로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진입로에 대한 원상복구와 월 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A스님이 지급해야 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이에 A스님은 “O사찰은 이 진입로에 대해 주위토지통행권을 가지므로 B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O사찰의 주위토지통행권이 있음과 그 통행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는 소를 구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어떠한 토지가 주위의 토지를 통행하거나 통로를 개설하지 않고는 공공도로에 출입할 수 없는 경우 주위의 토지를 통해 도로로 출입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스님의 주위토지통행권 주장과 관련해 사찰 진입을 위한 범위를 살펴본 결과 사찰부지에서 공공도로로 통하는 통행로는 이 사건 진입로가 유일하다”며 “더욱이 이 진입로는 경사가 심하고 굴곡진 부분이 많으며 그 거리도 상당해 사찰에 예불 등을 위해 방문하는 신도나 방문객, 특히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및 노인, 어린이들이 도보로 통행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뿐 아니라 인력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사찰운영과 보수 등을 위해 필요한 비품, 자재 등을 운반하는 것도 사회통념에 부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B는 이 사건 임야에 친환경 수목원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 진입로에 차량의 통행을 허용해서는 수목원 조정계획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진입로가 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차량의 통행을 허용하더라도 그로 인해 B가 임야를 이용하는데 있어 심각한 피해를 입으리라 볼 수 없고, 진입로의 폭이 대략 3m 가량으로 차량 통행을 허용할 필요가 있고 판단되는 이상 도로의 폭이 지나치게 과다하다고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볼 때 O사찰과 A스님은 이 진입로를 도보 및 차량 등 기타 운송수단의 통행에 필요한 범위에서 통행할 권리가 있다”며 “사찰의 통행로로서 이 사건 진입로에 대해 피고의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또 “B는 변론종결일까지 A스님의 차량, 기타 운송수단의 통행을 방해할 염려가 있으므로 이 판결로써 이 사건 진입로에 대한 도보, 차량 기타 운송수단 통행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B가 제기한 이 사건 진입로의 원상복구 청구에 대해서는 “주위토지통행권자가 통로를 개설했다고 하더라도 그 통로에 인해 통행지 소유자의 점유를 배제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통행지 소유자가 주위토지통행권자에 대해 주위토지통행권이 미치는 범위 내의 통로부분에 대해 원상복구를 요구하거나 그 통로에 설치된 시설물의 철거를 구할 수 없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김경규 법무법인 나라 구성원변호사 humanleft@nalalaw.co.kr
[1245호 / 2014년 5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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