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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심이 필요하다

기자명 원허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4.05.26 11:46
  • 수정 2014.05.26 11:47
  • 댓글 0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는 탐욕과 이기심, 연기에 대한 무지, 그리고 연민을 본다.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은 1948년 유엔 인권 선언문에 과학기술의 발전은 있지만 정신적인 진보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시대에는 고귀한 마음인 연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명이 내전과 테러에 의해 살상당하고 환경파괴로 인해 죽어가고 있으며, 이런 일들은 모두 탐욕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은 무지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연민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비(慈悲)의 ‘자(慈)’는 사랑으로 상대에게 베풀어서 기쁨을 주고 보호해 주는 감정이라면, 자비의 ‘비(悲)’는 연민으로 상대의 고통을 없애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랑은 소유욕인 탐욕을 줄여 없애주며, 연민은 성냄을 줄여주고 없애준다.

세월호 사건은 288명의 희생자와 16명의 실종자를 낸 대참사로 화물 과적이 배가 침몰한 주원인으로 밝혀졌다. 어른들이 평소에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과도한 탐욕인 과적으로 인한 사고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선장과 선원들도 평소 직업인으로서의 책임의식과 연민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들이 배를 버리는 행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우리는 많은 대형 사고를 겪었다. 1993년 10월 전북 부안 위수도 부근에서 침몰해 292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 훼리호 사건, 1995년도 502명, 부상 937명, 실종 6명이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수많은 인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고가 있어 왔고 세월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외신들은 한국이 경제발전만 바라보다 안전 불감증에 걸렸다고 비판한다. 그들의 말이 아니라도 우리가 겪는 참사는 부(富)에만 욕심을 부린 결과다.

실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자살율 1위, 이혼율 1위다. 이런 현상은 경쟁심을 부추기고 탐욕을 위한 성냄을 키워왔기 때문이며, 그 때문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또 다른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3살 된 어린아이라도 누군가 곤경에 처하면 그 의도를 알아차리고 도와주려 행동으로 옮긴다. 그런데 지금 어른들은 어떤가.

그나마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끝까지 남아 승객들을 보호하고 구하려했던 승무원,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 탈출하면서도 다른 이들의 탈출을 도왔던 승객, 지금 이 시간에도 차가운 바다 속에 희생자와 실종자를 찾고 있는 잠수부들 모두 큰 연민을 가진 이들이다. 그리고 아직도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고생하는 해경과 5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 마음아파하고 기도하는 국민들은 모두 고귀한 연민심을 가진 이들이다. 그래도 이들이 있어 우리는 아직 희망이 있는 나라라고 하겠다.

이제 세월호 참사의 탐욕과 이기적인 성냄과 어리석음을 가졌던 어른들은 참회하고 사랑과 연민심을 가져야 한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은 가슴속 분노를 승화시켜서 죄는 미워하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갖기 바란다.

모든 존재들은 본래 오염되지 않는 청정성과 평등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모두 사랑과 연민을 가지고 용서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정부는 안전 불감증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종교에 이르기 까지 총체적으로 다시 짚어보고 분석하고 재정비해야 할 일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도덕이 철학이 삶의 의미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곳이 없다. 그래서 다각적이며 구체적인 재구축이 절실하다 하겠다.

원허 스님 자비선명상센터 지도법사 bhudam@hanmail.net

[1246호 / 2014년 5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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