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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세월호 참사] 도피안사 주지 송암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4.05.26 14:04
  • 수정 2014.05.26 14:05
  • 댓글 0

“6월3일 전국 사찰서 49재 지내자”

▲ 송암 스님
49재를 지내야 한다. 세월호 희생자를 구제해야 한다. 우린 누구의 책임을 묻기 전에 두 눈 뻔히 뜨고도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내지 못했다. 죽어가는 광경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 내 자신이 참 허탈하고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부끄럽다. 조상님들과 동포들과 성현들에게 염려를 듣게 되고 안타까움을 끼치게 되어 몹시 부끄럽다. 이웃나라에 창피하고 인류에게 면목이 없다.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속수무책이다. 대한민국 땅, 그 어디에 두 발 딛고 서 있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선주는 종교를 방패삼아 책임을 회피하려하고, 선장과 선원들은 묵비권이라도 써서 불리하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개인의 안위와 집단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사회정의는 묵살되고, 정치인들에서부터 장삼이사까지 모두가 남 탓만 하고 있다. 막상 일을 당하고보니 누가 한 사람 온전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우리 대한민국에서 태연히 벌어지고 있다. 인간은 아니 나는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고 선해질 수 있는가 의문이 앞선다. 어떻게 감정을 추스르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지 우왕좌왕한다. 그러나 이제 우린 현실적으로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각자 처한 곳에서 자기가 할 일을 해나가야 한다. 희생자의 영혼도 언제까지나 물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불교계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그들을 하늘나라에 태어나게 하든지 극락세계로 인도하든지, 다시 이 땅에 태어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그게 불교도들의 일차적인 책무다. 물론 그런 힘을 한국불교는 갖추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속수무책으로 있다면 분명 문책사유가 된다. 진리를 실천하지 않는 문책이 있고, 남의 불행을 바라보기만 한 문책이 있고, 성현에게 안타까움을 끼친 문책이 따른다. 이제 서둘러 종단을 초월해 전국의 모든 절에서 49재를 지내자. 다가오는 6월3일 일제히 49재를 지내야 한다. 각 절의 책임자를 비롯해 모든 대중이 상주(喪主)가 되어서 지내야 한다. 어느 매체의 칼럼리스트는 이번 참사에 우리 모두가 공범자이기에 국민 초상이라고 절규하고 있다. 그는 ‘예부터 우리 한민족은 안녕을 빌거나 망자의 영혼을 달랠 다양한 제의(祭儀)를 발전시켰다. 횡사·객사한 사람의 초상은 구슬펐다. 혼을 불러 위무하고 극락왕생하기를 슬픈 장단과 춤사위에 실어 기원했다. 유족들은 물론 우리 모두가 저 아이들의 원혼을 보내려면 그런 집단 의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이 타당하다. 그렇지만 시의가 중요하다. 그리고 거국적으로 해야 한다. 각 종교는 고유의 방식이 있을 테고, 우리 민족은 전해 내려오는 전통의 방식이 있다. 불교적으로는 의당 49재다.
 

[1246호 / 2014년 5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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