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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중생들의 번뇌와 시름

기자명 이미령
중생들의 번뇌와 시름

관세음 명호에 거두어지리

아이고, 관세음보살.
어떤 거사님 한 분을 알고 있습니다. 이 분에게는 좀 특이한 버릇이 있지요.
사람을 만나 대화하다 울화가 치밀거나 속 터지는 일을 당하면 언제나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아이고, 관세음보살…”하는 것입니다. 서양 사람들이 기막힌 일을 당하였을 때 “오우 마이 갓”을 외치듯 이 분은 “아이고, 관세음보살…” 이러면서 포옥 한숨을 내쉽니다.

60을 바라보는 점잖은 거사님의 그 모습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가 나도 흉내를 내어보았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어떤 속상한 일이 내게 벌어졌는데 그 일이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 일을 대하는 내 마음이 편해졌다는 말씀입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십시오. 속으로만 관세음보살을 외칠 것이 아니라 “아이고, 관세음보살…”이렇게 당신의 목소리를 내어서 이름 불러 보십시오.
대체 관세음보살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성분이 담겨 있기에 이런 특효를 일으키는 것일까요? 관세음보살은 이름에 불과한 것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부처님은 숱한 경 속에서 “명자(名字)에 집착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음보살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신비한 주술이라도 담겨있는지 그 이름 하나만으로 어지럽던 내 마음이 맑은 아침이슬처럼 청명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이름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이름을 알아보아야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때 무진의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드러내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무슨 인연으로 관세음이라고 합니까?”
무진의(無盡意)라는 이름의 보살이 부처님께 여쭙는 내용입니다. 온 몸과 마음으로 의지하고 있는 스승님을 향해 지극한 예의를 갖추는 폼새가 참 잘 그려지고 있지요? 인도불교에서는 전통적으로 부처님을 향해 질문을 던질 때면 바로 이런 격식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합장한 무진의 보살은 지금 관세음이라는 이름이 지닌 성분이 궁금해졌나봅니다.

관세음(觀世音)…
이 이름이 담고 있는 뜻은 여간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먼저 세음(世音)이란 말은 세상의 소리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관(觀)이란 글자는 다들 아시다시피 보다, 관찰하다란 뜻입니다. 즉 관세음(觀世音)이란 말은 ‘세상의 소리들을 관찰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관세음이란 이름을 산스크리트어로 돌아가서 분석해보면 두 가지의 풀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관세음은 아왈로키테슈와라(avalokitevara)를 구마라집 스님이 번역한 말입니다. 산스크리트어가 거의 다 그렇듯이 아왈로키테슈와라(avalokitevara)는 avalokita와 vara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는 avalokita와 svara로 나뉜다고도 합니다.

전자로 나눌 경우는 ‘내려다본 님[主]’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고, 후자로 나눌 경우는 ‘소리를 내려다보다’라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 구마라집 스님은 후자의 뜻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구마라집 스님이 번역한 좥보문품좦이 세상에 널리 읽혀짐에 따라 역사상 많은 주석서에서는 스님의 풀이를 받아들여서 ‘세상의 소리를 살펴보는 보살’이라는 의미로 관세음을 파악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점은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굳이 ‘소리를 본다’고 말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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