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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도끼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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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문제들로 둘러싸여 있다. 삶이란 어찌 보면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과정일 것일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크게 보면 사회 제도적 문제인 경우도 있고, 관습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작게 보면, 자신의 습관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도 있고, 가정 내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매우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연필 닳아 몽당되기까지
닳아가는 시간 필요하듯
순간순간 시간 충실하며
날 바꾸기위한 수행해야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야기된 근원적 원인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은 인간의 욕망이라고 하는 것이 그 안에 똬리를 틀고 있음을 보게 된다. 부처님은 욕망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가장 근본적인 번뇌로 제시하고, 이것을 제거하기 위한 수행을 독려하신다. 이 삼독 외에도 자만과 의심과 잘못된 견해를 더하여, 여섯 가지 근본번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후 부파불교 시대가 되면 이러한 번뇌는 근본번뇌와 수번뇌로 구분되어 108가지 번뇌로 세분화되기에 이른다. 요점은 작게는 개인의 문제, 크게는 사회적 문제가 모두 이 번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지금 안고 있는 문제, 혹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먼저 살펴, 그것을 치유하는 방식이 가장 좋다. 사회적, 국가적 문제는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볼 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의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것이 기본적인 불교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수행이다. 내가 지금껏 잘못 익혀온 습관을 고치는 것이다. 나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업을 바꾸는 것이며,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수행은 나의 운명을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이자 확실한 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수행이란 하루 이틀 한다고 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조급증에 걸린 사람이라면 며칠 수행을 해보고는 효과가 없다고 그만두기 십상이다. 나를 바꾸는 작업은 꾸준함과 성실함이 필요하다. 꾸준하게, 성실하게 수행에 임하다 보면, 어느새 바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가르침이 Vāsijaṭa sutta(도끼의 경)에 나온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비구들이여, 예들 들어 목수나 목수의 제자는 도끼자루에 생긴 손가락 자국을 보고 ‘오늘 나의 도끼자루가 이만큼 닳았고, 어제는 이만큼 닳았고, 그 전에는 이만큼 닳았었다.’고 기억하지도 알지도 못한다. 그는 다만 도끼자루가 닳고 닳아 새 것으로 바꾸어야할 때 자신의 도끼자루가 닳았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Saṃyutta Nikāya 중에서)

부처님께서는 이어서 “이처럼 수행에 몰두하는 비구 역시 오늘 나의 번뇌가 이만큼 사라졌고, 어제는 이만큼 사라졌고, 그 전에는 이만큼 사라졌다라고 기억하지도 알지도 못하지만, 모든 번뇌가 사라졌을 때 자신의 모든 번뇌가 멸진되었음을 알게 된다.”는 내용의 가르침을 설하신다.

연필이 닳아 몽당연필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연필이 닳아 없어진다. 그것을 기다리는 것은 지루하고 힘든 일일 것이지만 하루하루, 순간순간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다면 어느덧 ‘벌써 다 닳았구나.’라는 시점을 맞이하게 된다. 수행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인 것이다.

시간만 지난다고 닳지는 않는다. 얼마나 열심히 도끼질을 했는지, 열심히 공부했는지에 따라 도끼자루가 닳고 연필심이 닳는 것이다. 그저 열심히 나를 바꾸기 위한 수행을 해 가는 것, 그것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46호 / 2014년 5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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