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밥에 대한 명상

기자명 혜민 스님
미국은 과식하고 운동하는 사회

음식맛 음미하면 수행이 저절로


미국 사람들은 참으로 뚱뚱한 사람들이 많다. 오죽하면 며칠 전 미국으로 만행 오신 도반 스님이 미국에 대한 첫인상을 말해 달라고 하니까 ‘뚱보들의 세상’이라고 했을까.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뚱뚱한 사람들이 많은 만큼 살을 빼기 위해 죽기 살기로 운동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뉴욕 센트럴 공원의 벤치에 가만히 앉으면 춥지도 않은 지 한 겨울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조깅하며 내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수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정신 없이 먹고 마시고, 또 정신 없이 운동을 하며 살을 빼는 현상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숨이 가빠지고 삶의 여유가 어디론가 모두 사라져 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일본 조동종의 본사인 에헤지(永平寺) 에 갔었을 때의 일이다. 기회가 닿아 마침 그 곳 일본 스님들과 함께 3일 동안 생활을 같이 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예불을 마치고 아침 공양이 시작되었다. 조동종을 일으키신 도겐 (道元) 선사에 따르면 수행하는 과정과 깨달음의 결과가 결국은 둘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는 아침 공양 시간이 단순한 식사시간이 아닌 궁극적 깨달음의 표현과 같은 의식으로 거룩하게 행해졌다. 그 공양 시간 동안 얼마나 나의 의식이 안팎으로 얼마나 깨어 있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아주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수행의 기본은 우리 몸과 마음 안팎으로 일어나는 일이나 생각을 놓치지 않고 자세히 잘 살피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일은 우리 몸과 마음을 살피는데 좋은 기회가 되는 셈이다. 사실 시간에 쫓기면서 생활하는 우리 현대인들은 밥맛을 알아가면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 같다. 밥맛을 안다고 하는 것은 식사를 하는 동안에 우리의 감각 기관이 어떻게 음식의 맛을 느끼고 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조용히 살피면서 공양을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음식의 맛을 느끼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씹어 삼키고, 입안에 음식이 있으면서도 또 다른 음식을 빨리 더 먹으려고 허둥지둥 거리면서 식사를 하곤 한다. 또한 텔레비전을 한쪽으로 보면서 또 한쪽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많은 말을 해가면서 공양을 하니 아무리 좋은 음식을 우리들 앞에 가져 다 놓은들 그 음식이 주는 고유의 향과 맛을 음미하기란 무척 어려운 것이다.

더군다나 음식의 양을 조절 못 하는 것도 바로 공양을 하면서 우리의 의식이 깨어있지 못 하기 때문 인 것 같다. 어떤 신문에서 읽은 이야기인데 사람이 평소에 먹는 양의 3분의 1만 줄이면 평균 수명이 10년 더 늘어난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을 얼마나 많이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은 양이라도 얼마나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껴가면서 적당히 먹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오늘 저녁 공양만큼이라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식사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민 스님/vocalizethis@yahoo.co.kr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