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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후보자와 종교편향

기억하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종교편향적인 공직자의 정점이었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 기독교 행사에 참석해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했다. 시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 하나님의 신민이 됐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기도를 했다. 기독교 행사에 부인과 함께 참석해 무릎을 꿇었고, 국민들은 목사들과 함께 머리를 조아린 대통령을 보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국정에는 소망교회 인맥들이 거미줄처럼 진을 쳤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을 합친 ‘고소영’이라는 조어가 비웃음처럼 청와대를 향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직자 종교 편향의 정점
후보자들의 잇따른 망언들
민주주의 시대흐름에 역행

대통령의 행보가 이러니 공무원들은 알아서 비위를 맞췄다. 국가에서 서비스하는 국토해양부 지도에서 사찰이 사라졌다. 경찰청장은 목사와 선교포스터를 찍고 형사들이 불교계 어른인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의 차량을 수색했다. 공립학교 운동장에 서있던 오래된 석탑과 비석도 어느 날 땅에 파묻혔다. 상식 밖의 일들이 잇따르자 국민과 불자들이 나섰다. 20만 명이 서울시청 앞에 모여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는 대회를 열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종교편향에 항의하며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6·4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당시의 아픈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의 종교편향적인 발언에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종교편향 발언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고 후보는 5월20일 한국기도교총연합회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감에 당선되면 학내 (기독)신우회 구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신우회는 기독교인의 직장 내 복음전파와 신앙을 위한 모임이다. 따라서 이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학내선교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기독교에서 설립한 미션스쿨의 종교 강요로 학교교육이 망가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공교육의 현장도 종교적 신념으로 학생들의 편을 가르는 교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데 교육감이 되겠다는 사람이 학내 선교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헌법 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학내에서 종교 강요도 안 되지만 특정종교를 지원하는 것도 안 된다는 의미다. 변호사에 고시 3관왕으로 알려진 고 후보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정 후보 또한 사찰과 불교단체를 종북좌파로 폄하해 불교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보수성향의 주간지 보도를 인용해 템플스테이 예산을 좌파후원으로 매도하고, 불교단체 공모사업도 종북좌파 지원으로 몰아붙였다. 이들 후보는 불교계의 거센 반발에 뒤늦게 사과했다. 마음으로 잘못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월호 참사는 편협한 종교적 신념의 인물이 기업을 운영할 때 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런 사람들이 고위공직에 진출했을 때 벌어질 일은 상상하기도 싫다. 아마도 재앙일 것이다.

▲ 김형규 부장
신정정치가 판을 치던 중세유럽은 인류역사의 암흑기로 기록되고 있다. 그들은 천국을 꿈꿨지만 백성의 삶은 지옥이었다. 세상은 바뀌었지만 아직도 중세에 갇혀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정치인들이 제법 있다. 이들도 천국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 국민들이 산채로 지옥에 떨어질 수 있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민주주의라는 시대흐름에도 역행하는 일임을 자각해야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47호 / 2014년 6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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