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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절 수행에서 얻는 기쁨

기자명 하림 스님

오랜만에 서울 부암동에 있는 성불사에 갔습니다. 늘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어른 스님의 반가움이 그리웠던 것 같습니다. 법당에 참배하러 갔더니 20대 아가씨가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르진 않았지만 맑은 피부와 눈망울에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침에 지하철에서 만난 젊은 아가씨들과는 왠지 느낌이 다릅니다. 절을 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입니다. 어린 아이가 절을 하는 것처럼 귀엽습니다.

천배 하는 보살을 보며
절 수행 참의미 되새겨
한배 한배에 마음살피면
묵은 때 씻듯 마음 정리

어른 스님은 점심 공양을 하면서 그 젊은 보살이 절을 하게 된 사연을 풀어놓습니다. 미국에 공부하러 갔다가 돌아왔는데 다시 미국으로 가기 전에 뭔가 뚜렷한 진로를 결정하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와 상의해서 절에 살면서 매일 1000배씩 한 달을 하라고 권했다고 합니다. 20일째가 되어 가는데 주변 사람들은 젊은 보살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모두 놀라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 보살이 절 기도를 하는 것도 대견스러운데 기도하는 모습이 또 남다릅니다. 특별히 시간을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 되는대로, 몸이 허락하는 대로 1000배를 한다고 합니다.

처음 절을 시작할 때 스님이 ‘매일 1000배를 어떻게 할래?’라고 물었더니, ‘그냥 어떻게든 하면 되잖아요’라고 대답하더랍니다. 요즘 세대다운 대답입니다. 그 형식은 자유로우면서도 목표는 뚜렷합니다. 절을 하면서 경험하는 느낌들을 가끔 식구들에게 이야기 한다고 합니다. 아무런 불교적인 배움도 없는 아가씨이지만 이렇게 말하더라고 합니다. “부처님은 심리치료사인 것 같아요”라고요. 스님은 많이 놀라고 감동하셨는지 점심 공양을 하는 내내 그 이야기로 반찬을 대신 합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저 앞에서 천연스런 표정과 몸짓으로 공양하는 젊은 보살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그렇게 느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예전에 매일 1000배 기도도 해보고 21일 동안 매일 3000배 기도를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1000배를 하는 동안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온갖 마음의 현상들을 온전하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평상시에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현상들인 감정이나 생각들 그리고 원하는 것(수·상·행)을 직면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그런 마음이 일어나면 힘들어 피해가려고 합니다. 그것에 온전하게 직면하고 머무는 시간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불편함에 대해 나약해지고 두려움에 빠집니다.

그러나 1000배의 절을 하는 동안은 도망을 갈 수 없습니다. 계속 그 마음과 함께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지켜보는 동안 절은 한 배 한배 더해갑니다. 온갖 과거의 기억들과 새로운 미래의 공상들이 주체할 수 없이 일어났다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이것이 곧, 우리가 배우는 마음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입니다.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오온(색·수·상·행·식)을 조견(비추어보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그동안 내 마음 안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던 묵은 마음들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불교를 알지 못하더라도 1000배를 하는 과정에서 불교의 본래 가르침인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무엇인가 기로에 서 있을 때 절 수행을 해본다면 마음정리가 되고 새로운 길을 잘 찾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어린 보살을 통해 새롭게 발심을 해 봅니다.

하림 스님 whyharim@hanmail.net
 

[1247호 / 2014년 6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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