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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 필요한 시대

6·4지방선거가 끝났다. 여야(與野) 모두 승리도 참패도 아닌 묘한 결과다. 이번 선거는 정부의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이 최대이슈였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참패하지 않았고, 야당 또한 몰표를 얻지 못했다. 여야를 향한 냉엄한 민심의 회초리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절묘한 결과가 오히려 불안하다. 성패가 압도적 차이로 가려진다면 분쟁은 줄어든다. 승자의 너그러움과 패자의 승복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홀가분하게 인정하고 새롭게 출발하기가 그만큼 쉽다. 그러나 아쉬운 승부는 패자에게 진한 뒤끝을 남긴다. 상대에게 분노하고 결과에 불복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쉽다. 이번 선거는 박빙승부가 유독 많았다. 하자라도 발견되면 재검표나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른 국민적인 피로감과 스트레스, 반목도 상승할 것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후유증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지방선거에서 박빙의 승부
분쟁·반목 이어질까 우려

절수행 통해 자신을 비우면
사회는 그만큼 평화로울 것

선거후유증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절은 머리를 숙여 상대방에게 존중을 표시하는 예절이다. 절은 다른 말로 인사(人事)라 한다. 사람의 관계 속에서 중요한 일이라는 뜻이다. 절은 상대를 존중하고 본인을 낮춤으로써 분쟁을 효과적으로 조절한다. 인류는 절 문화를 확장시킴으로써 그만큼의 평화를 확보했을 것이다.

불교에서의 절은 관계의 차원을 넘어서 있다. 예절을 넘어 수행을 지향한다. 불교에서의 절은 오체투지(五體投地)다. 양 무릎과 양 팔꿈치, 이마 등 다섯 부분을 바닥에 붙인다. 자신의 신체 중 가장 높은 이마를 가장 낮은 바닥에 댐으로써 스스로를 완벽하게 낮추는 것이다. 그래서 절은 하심(下心)의 수행이라 불린다. 이렇게 108배, 1000배, 3000배를 하다보면 욕망들을 잠재우고 몸과 마음을 완벽하게 비울 수 있게 된다.

절의 수행적 의미는 수년전부터 개인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들이 주장하는 바를 평화적으로 알리는데 삼보일배를 활용하고 있다. 삼보일배는 세 걸음을 걷고 한번 절하는 것으로, 삼보는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을, 일배는 이를 완전히 비워내겠다는 서원을 담고 있다.

2002년에는 북한산 관통도로를 반대하며 종교인과 시민들이 삼보일배를 했다. 2003년에는 새만금 개발을 막기 위해 삼보일배로 국토를 종단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노동운동과 환경운동 현장에서 삼보일배는 가장 평화롭게 자신들의 뜻을 알리는 강력한 방편이 되고 있다. 절 수행은 효율적인 건강법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한 평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듯 가장 작은 공간에서 가장 큰 효과를 내는 운동이다.

▲ 김형규 부장
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모든 상황을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절은 서로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승자는 절을 통해 스스로를 낮추고 패자는 절을 하며 부족함을 돌아봐야한다. 혹시 선거과정에서의 부정이나 억울함이 발견되더라도 분노를 표출하기보다는 삼보일배라는 평화로운 수단으로 해결의 실마리로 삼았으면 한다.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달라이라마는 하루 일과를 절로 시작한다고 한다. 온 몸을 바닥에 부리는 티베트식 오체투지를 통해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현실에도 자비로 하루를 온전히 채우는 것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 곳곳에서 절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절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그만큼 평화로울 것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48호 / 2014년 6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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