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8. 비린내

특이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독특한 냄새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누구나 좋은 냄새를 좋아한다. 방향제등을 사용하거나 꽃을 키우는 것이 그래서 일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절에서, 혹은 불자들은 집에서 향을 사른다. 향을 사른다는 것은 ‘공양’의 의미도 있다. 그래서 육법공양(六法供養) 가운데 향공양이 속한다. 그런데 이 향은 단순히 불보살님께 올리는 공양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예불문을 봉행할 때, ‘계향·정향·혜향·해탈향·해탈지견향’이라고 할 때에도 ‘향’이 들어간다. 계·정·혜 삼학의 실천을 향에 비유한 것이다. 그리고 삼학의 완성은 곧 해탈을 성취케 하고, 해탈했음에 대한 바른 지견을 일으킨다. 이 다섯 가지를 오분향(五分香)이라고 한다. 오분향은 부처님이나 아라한이 갖추는 공덕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일반 수행자에게 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음식 비린내 탓하기 보단
행동·말 비린내 삼가면
사려 깊고 건전한 말 속에
진실한  수행자 향기 나와

이렇듯 향은 세상과 지혜를 맑히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마음의 향기 보단 몸의 향기를 중시한다. 아름답게 치장하고 좋은 향수를 뿌리지만, 정작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소홀히 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는 표현이 적당할 지도 모른다. 이 내용과 관련해 ‘숫타니파타’의 ‘아마간다의 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서는 육식의 비린내와 관련해 진짜 비린내란 무엇인지에 대한 가르침이 나온다.

까사빠 부처님이 대답하셨다. “바라문이여, 생명을 해치고 생명을 학대하고, 묶고, 도둑질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고, 남의 아내와 가까이 하는 것, 감각적 쾌락을 조금도 자제하지 않고, 맛있는 것을 탐하고, 부정한 것과 어울리며, 삶이 허무하다는 견해를 갖고, 바르지 못하고, 거칠고 잔혹하며, 남을 험담하고 친구를 배신하고, 무자비하며, 몹시 오만하고 인색해서 누구에게도 베풀지 않는 것, 이것들이야말로 비린 것이지 육식은 비린 것이 아닙니다.”

아마간다 바라문은 오로지 초목의 뿌리와 과일만을 먹는, 말하자면 완전한 채식주의자였다. 그런 사람이 부처님께 육식의 비린내에 대한 질문을 하자, 부처님께서는 과거불인 까사빠 부처님과 띳사라고 하는 바라문과의 대화를 통해 무엇이 비린 것인지에 대해 가르침을 주신 것이 위의 인용문이다.

요즘 채식주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왜 채식을 하는 것일까. 혹시 건강만을 위한 것은 아닐까. 생명에 대한 존중감이 없는 채식은 진정한 채식주의와는 거리가 멀 것이다. 실제는 생명에 대한 존중감, 경외감, 측은지심이 없으면서 채식을 한다면 그것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부처님은 바로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계신 것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감이 없고, 거짓을 일삼으며, 잔혹하고 인색하며, 감각적 쾌락에 젖어 있는 사람이야 말로 비린내 나는 사람이지, 육식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비린내 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처님이 육식을 권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음식에 탐착하지 않고, 주어진 것을 통해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탁발의 문화는 먹는 자가 음식을 선택할 수 없다. 공양된 음식을 감사히 받고, 그것을 통해 바른 수행을 지속하는 것이 수행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진실된 수행자는 음식의 비린내를 탓하지 않고, 행동과 말과 생각의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삼갈 뿐이다.

따라서 진정한 향기는 배려하는 행동, 아름답고 사려깊은 말, 그리고 건전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남에게 보이는 치장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48호 / 2014년 6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