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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스님 이야기

기자명 심정섭

고독한 정진의 길 밀어주고 끌어주고

안거에 함께 참여… 다른 스님 부러움 사

공부 점검-잘못 질책 등 부지런한 ‘탁마’



<사진설명>지오-능인 형제 스님이 하안거를 앞두고 만나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오른쪽이 형님 스님인 지오 스님)


아마도 한 집안에서 누군가 출가하는데에는 숱한 난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한 집안에서 형제가 출가했다면 그 뒷 이야기가 보따리로 몇 개는 되지 않을까. 이 경우 혼자가 아닌 둘이서 가는 수행자의 길이 평범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이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 호기심을 풀어볼 생각에 형제 스님을 찾아나선지 꼬박 한 달여 만에 한 형제 스님으로부터 취재에 응하겠다는 답을 얻었다. 두 스님이 풀어놓은 형제 스님들만의 이야기, 그리고 속세의 인연이야기는 실제로 몇 개 이상의 보따리였다.



출가 충격에 아버님 사망

전형적인 운수 납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두 스님은 선방과 토굴생활에 익숙한 지오 스님과 능인 스님. 형님 스님인 지오 스님이 법랍 16년(44), 아우 스님인 능인 스님이 법랍 12년(41)이다. 세간 나이로는 세 살 차이.

조계종 16교구 본사인 고운사 아랫마을에서 나고 자란 두 스님의 불교 인연은 지리적인 이유에서 자연스러웠다. 그러던 중 “세간에서 살아가는 그 자체가 정신세계에 고통이 따르는 것이기에 생사의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일념으로 먼저 출가 수행자의 길에 들어선 이가 지오 스님. 그러나 스님의 출가 소식은 아버님을 자리에 눕게 했고, 급기야 6개월만에 이승에서의 연을 다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 병원으로 찾아온 스님에게 “어디에 있든지 최선을 다해 정진하라”는 한마디로 자식의 출가를 허락했다.

속성을 굳이 밝히려 하지 않은 두 스님은 4형제 가운데 셋째와 넷째다. 셋째인 지오 스님이 이렇게 출가할 당시 동해의 시골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능인 스님은 형님 지오 스님이 출가한 지 꼭 4년 후에 5년간의 교직생활을 정리하고 출가의 길에 들어섰다. 능인 스님이 출가의 뜻을 밝히자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뻔히 알면서 또 가겠다는 것은 나보고 죽으라는 말이니 네가 가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죽어버리겠다”는 말로 막고 나섰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능인 스님은 어머니와 거래(?)를 했다. “3년만 시간을 주면 산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설악산 어느 사찰에서 안거에 들어갔으니, 그 약속은 그저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려는 거짓말(?)이었을 뿐이다. “세월이 약”이라는 게 능인 스님의 설명이다.

이런 출가 인연 때문에 “막중한 불효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두 스님은 “불효를 조금이나마 씻기 위해 열심히 정진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이익을 돌려줄 것”이라며 회향 방법을 찾고 있다.

이렇게 출가한 두 스님은 각자 전국의 선방으로 수행처를 옮겨 정진하고 있으며 때론 토굴 생활을 하기도 한다. 주로 둘이서 따로 수행을 하지만 이따금 함께 수행을 할 때도 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형님인 지오 스님이 수행하던 토굴을 능인 스님이 찾았다. 먹을 것이라곤 미역 조금과 무 한 개뿐인 상황에서 둘은 내기(?)를 했다. 마침 토굴 바로 아래에 빈집이 하나 있어 분가를 결정하고 먹을 것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보름간 각자 수행하기로 한 것. 먹을 것이라곤 미역 한줌에 무 반개뿐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내기에서 먼저 손을 든 이는 형님인 지오 스님. 따로 수행을 시작한지 보름만에 먹을 것이 동나 능인 스님의 토굴을 찾은 지오 스님은 무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어찌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무 한 개로 둘이서 보름 수행

무를 조금씩 베어먹으며 지냈다는 형님 스님의 말을 들은 능인 스님은 “형님 스님은 무를 베어먹었지만 나는 조금씩 채를 썰어 국을 끓여 먹었으니 아직 남았지요”라며 일침을 가했다. 옛날 선사들의 수행 이야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이지만 두 스님은 출가 동기가 순수했기에 이런 생활이 가능했던 것.

한 번은 문경 봉암사에서 함께 안거를 난 적이 있었다. 형님 스님이 먼저 한철을 살아보고는 “여기 수행이 참 좋다”며 아 우 스님에게 권해서 이뤄진 일이다.

그런데 이때 그만 두 스님이 일약 스타가 되는 일이 생겼다. 어깨에서 소리가 나는 한 스님이 방출될 위기에 처하자 형님 스님의 발의로 대중공사가 열렸고, 형제 스님의 간곡한 당부로 인해 그 스님이 해제날까지 무사히 정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 일이 있고 난 후로 대중 스님들은 형제 스님에게 “형제는 용감했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사진설명>지오-능인 형제 스님이 서울의 지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위)
지인의 고희연에 참석한 두 스님이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있다.



한 집안에서 형제가 출가한 경우는 종종 있지만 함께 같은 선방에서 사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스님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이처럼 수행자로 살아가는 두 스님은 법랍 10년이 넘어서면서 이따금씩 속가 가족들의 모임에도 참석한다. 그렇다고 세속의 인연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다. “ 이제는 세속의 인연 때문에 수행에 지장을 받는 일이 없고, 어른(어머니)의 서운한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는 게 형제 스님이 속가를 찾는 이유다. 출가한 두 스님의 위로 첫째 둘째 형님들은 불교용품점을 하고 있다.

두 스님을 포함한 가족이 모이면 호칭은 자연스럽게 ‘스님’으로 통일된다. 집안 어른들 가운데 누군가 스님들에게 하대를 했을 때 어머니가 “스님들을 그렇게 부르면 못쓴다”며 호되게 나무라는 일이 있고 난 후로 친인척 누구도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 이미 출가해 스님이 된 두 자식에 대한 노모의 애틋한 마음은 그렇게 표출되었던 것이다.


가족 모임 참석…어머니도 예 갖춰

속세의 가족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여유가 생길 정도로 수행을 해 온 형제 스님은 세간이 인터넷 세상으로 바뀐 것을 알고는 컴퓨터를 배우고 사이버 활동도 시작했다. 지난 2001년 sayclub.com에 ‘사불방’과 ‘능인스님방’이라는 클럽을 만들어 회원들과 불교공부를 하고 있는 것. 지오 스님이 시삽인 사불방은 94명의 회원이, 능인 스님이 시삽인 능인스님방에는 70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안거철이면 선방이나 토굴에서 수행에 전념하기 때문에 관리가 쉽지 않지만 지오 스님은 내친김에 다음카페에도 자불방(cafe.daum.net/mijimuo)을 개설했다. 사이버 활동을 시작하면서 선방이야기를 회원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던 능인 스님은 지난해 이런 이야기들을 묶어 좬선방이야기 토굴이야기좭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운주사 刊)

한 집안에서 형제로 자라나 출가 사문이 되어 불문에 들어선 형제 스님은 이렇게 수행도, 세상 공부도 함께 하며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또 서로 수행처를 달리해 정진하면서도 만날 때면 그동안의 공부를 나누며 점검하는 탁마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서로 묻고 답하길 반복하며 공부에 장애가 되는 일을 거리낌없이 터놓고 이야기하며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 잘못됐거나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강한 질책도 빼놓지 않는다.

‘본래 출가 사문의 길은 혼자서 가는 고독한 길’이라고 하지만 형제 스님은 속가의 형제 연을 이어 도반이 된 덕분에 서로 의지하며 이처럼 올곧게 수행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글·사진=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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