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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느낌 보고형 바디스캔

기자명 인경 스님

바디스캔은 내적인 마음현상 탐색하는 여행

암병동에서 의사는 환자의 암세포가 뼈 속에 전이되었는지를 정밀하게 조사하여 알고 싶어 한다. 이것은 뼈에 손상을 주지 않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정맥에 주입하고, 그 반응정도를 카메라로 촬영하여 판독함으로서 가능하다. 이것을 본스캔(Bonescan)이라 한다. 필자는 최근에야 본스캔이란 용어를 알게 되었다. 실제로 본스캔을 해본 경험이 없다. 단지 가까운 가족이 본스캔을 받는 것을 도와드린 적이 있다.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고통을 받으면 몸과 마음이 반응한다. 본스캔처럼, 이들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명료하게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내담자에게나 상담자(혹은 심리치료자)에게 매우 유용한 접근통로를 제공하여 준다.

고통은 몸에 느낌 남겨
머리서 발끝까지 느낌을
정밀조사하고 관찰하는
바디스캔식 관찰 필요해

고통은 반드시 몸에 느낌을 남긴다. 느낌은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한다. 몸은 느낌을 발생시키고, 느낌은 다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이 반대로 마음의 고통은 다시 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명상하는 사람은 이런 느낌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관찰하는 연습을 한다. 나아가서 이런 기술을 상담상황에서 내담자 자신의 느낌을 보고하게 하면 상담자는 유용한 정보를 얻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느낌 보고형’ 바디스캔(bodyscan)이라고 부른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혹은 중요한 신체의 부위를 중심으로 발생되는 느낌을 정밀하게 조사하여 관찰하는 것이다.

대체로 마음을 관찰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마음현상은 눈으로 직접 관찰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몸의 느낌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관찰할 수가 있다. 예컨대 화가 나면, 호흡이 빨라지고 몸이 더워지면서 호흡이 거칠어진다. 머리가 아파오고 근육이 긴장되면서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이런 신체적인 변화과정을 우리는 관찰할 수가 있다.

하지만 화가 난 내적인 마음현상을 관찰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일단 너무나 재빠르게 지나가버리고, 유년시절부터 오래된 성격과 같은 깊은 잠재의식과도 연결되어 있기에 상대적으로 힘들다. 마음을 관찰하기 전에 먼저 몸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관찰하는 연습을 하고, 이것이 익숙해지면 마음현상을 관찰하는 영역으로 넘어가는 일이 보다 수월하다.

바디스캔은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한다. 하나는 명상수행의 방법으로서 일정한 순서와 절차에 의해서 진행하는 경우인데, 이것은 고엔카(Goenka)와 카밧진(Kabat-Zinn)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상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공동의 작업으로 이루어진 경우로 필자가 개발한 명상상담에서 사용하는 '느낌보고'의 바디스캔이다.

양자 간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고엔카와 카밧진의 방식은 개인별로 느낌을 조사하고 나중에 점검을 받는다. 후자의 명상상담의 방식은 상담자의 안내에 따라서 내담자가 느낌을 직접적으로 보고하는 방식을 취한다. 전자는 신체의 부위에 따라서 일정한 순서에 따라서 스캔을 진행한다. 이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이 순서를 놓치면 처음부터 다시 순서를 시작한다. 순서를 놓치는 일은 곧 집중력의 약화나 다른 잡념의 침범을 의미한다.

반면에 후자의 명상상담에서는 중요한 특징이 느낌보고의 방식이다. 관찰의 순서를 강조하지만 느낌의 흐름과 그 느낌을 보고하고, 충분하게 경험하는 것을 중시한다. 그러나 스캔의 흐름은 정해진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신체의 고통은 바로 마음의 현상이 나타남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머리의 두통이 갑자기 등짝의 심한 통증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순서를 건너뛰어서 등짝의 통증에 머물러서 그것을 충분하게 경험하게 한다.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그것이 가지는 심리적인 의미나 마음현상을 탐색할 수도 있다. 이것은 내담자와 상담자의 협동, 공동작업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렇게 바디스캔을 통해서 내담자가 얻는 성과는 느낌을 그 자체로 관찰하면서, 내적인 혼돈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거리두기, 내적인 여유, 초월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반면에 상담자는 내담자의 현실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명상심리상담(혹은 명상치료)의 방향과 절차를 구체화시킬 수가 있는 장점이 있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49호 / 2014년 6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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