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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위기와 연기적 사고

기자명 원허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4.06.23 13:29
  • 수정 2014.06.23 16:08
  • 댓글 0

세계는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기술, 사상, 철학 등 학문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도 기존 정보를 모으고 섞으면서 생긴다는 것을 잡스는 보여주었다. 세계는 왜 이렇게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생명에 대한 바른 이해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명의 적은 괴로움이다. 마치 온 몸의 혈관에 혈전이 생겨 막히면 고통이 일어나고 죽음에 이르는 것과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각 개인, 가정, 단체, 사회, 국가들이 병들지 않고 건강하려면 혈관의 피가 흐르듯 소통이 잘 되어야 한다. 소통이란 이것과 저것의 균형 잡힌 상호의존과 막힘없는 흐름의 장(場)이 형성되어야 함을 말한다.

불교생명윤리의 근거는 지각 있는 존재인 유정의 괴로움에 있다. 괴로움은 단절과 충돌, 참사와 테러, 전쟁과 같은 생명의 희생이다. 이는 모두 탐욕과 성냄, 그리고 상호의존 연결 관계의 진리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 따라서 모든 것이 상호의존 관계이며, 연결되어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생명의 경시를 막을 수 있다.

생명 존중의 구체적인 실천 심리는 지혜와 자비이다. 상호의존성과 연결이라는 연기의 법칙이 바로 붓다의 깨달음이다. 그 깨달음의 표현이 무지를 소멸시키는 지혜이며, 연기의 깨달음을 순간순간 드러내는 실천이 자비행이다. 자비의 범위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 지각 있는 모든 생명체와 그들이 의존하고 있는 환경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이것이 불교생명윤리의 바탕이다.

연기는 소통과 상호균형의 막힘이 없음이며,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대자유이자 행복인 것이다. 이 연기의 사고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떠나서라도 진리이다. 이 연기적 사고가 생명윤리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합리적인 사고이므로 이를 근거로 우리는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제 큰 참사를 경험한 후로 각계각층에서 안전에 대한 각성의 소리가 높아졌다. 정부에서도 급기야 국가개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미래 사회를 위해서는 괴로움의 원인을 지금부터 수정하고, 그 같은 원인이 생기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괴로움의 원인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일, 그것은 우리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살게 하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원전이다. 고리원전1호기와 한울 1호기의 잦는 고장으로, 올해 4번씩이나 운행 중단된 것은 대형 원전사고를 예고한다. 사고가 나면 반경 30km 안에 살고 있는 수백만 인구는 물론 모든 생명에게 세월호 참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 자명하다. 당장 원전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자각하고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참사를 생각해 보면, 당대뿐만 아니라 미래의 후손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석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100여 개의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내용의 환경보호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 환경보호청도 2030년까지 발전소의 탄소 배출량을 2005년 수준으로 30% 감축하겠다고 한다. 전력부족은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석유나 가스, 또는 원자력 발전 등의 기존 에너지 자원만으로 미래의 전망은 의미가 없다. 자연을 훼손하여 얻는 천연자원은 그 양이 한계가 있고, 환경의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나라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정책으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생명윤리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 자연보존의 측면에서도 올바른 선택이다.

흐름과 소통을 막고 스스로 존재한다는 잘못된 견해와 그로 인해 일어나는 탐·진·치라는 혈전을 제거하는 연기적 생명윤리로의 의식전환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기에 연기적 생명윤리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허 스님 자비선명상센터 지도법사 bhudam@hanmail.net
 

[1250호 / 2014년 6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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