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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입안의 칼

누군가가 칼이나 총을 들고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피하거나 대하더라도 매우 조심스럽게 대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 대처할 수 있도록 대비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어린아이가 칼을 쥐고 있으면, 우리는 얼른 칼을 뺏았는다. 왜냐하면 어린아이는 칼을 조심스럽게 다룰 줄 모르며,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커다란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칼이 되었든 총이 되었든, 혹은 몽둥이가 되었든 그 어떤 것이든 다른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것을 갖고 있으면 그것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그것들을 조심히 다루어야 하고, 그 주변에 있는 사람도 조심하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자신도 크게 다칠 수 있다.

말이 가진 폭력과 위험
도끼보다 덜하지 않아
사람 대한 이해·배려가
말로 상처주는 일 막아

이처럼 칼과 같은 것은 우리가 그 위험을 미리 짐작할 수 있기에 조심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칼 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것을 우리 모두는 갖고 있다. 그것은 ‘말’이다. 불교에서는 이 말을 ‘칼’이나 ‘도끼’ 등으로 자주 비유한다. 그 이유는 말이 갖고 있는 폭력성과 위험성이 칼이나 도끼보다 더하면 했지 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심각한 경우가 많다. 경전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한 때 세존께서는 싸끼야국의 사마가마라고 하는 마을에 머무셨는데, 그 무렵 니간타 나타뿟따가 빠바시라는 곳에서 목숨을 다했다. 그러자 니간타 나타뿟따의 제자들은 두 파로 나뉘어져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다툼과 논쟁은 점점 거세어졌고 입안에 품은 칼로 서로를 찔렀다. … 중략 … 니간타 나타뿟따의 제자들 중에는 말로 사람을 죽이는 자들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Majjhima-nikāya의 Sāmagāma sutta 중에서)

위 경문은 당시 여섯 명의 영적 스승들(六師外道) 가운데 한 명이자, 자이나교의 교주인 니간타 나타뿟따의 죽음을 둘러싸고, 자이나교 수행자들 사이에 커다란 분쟁이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은 논쟁이 거칠어지자, ‘마치 입안에 품은 칼로 서로를 찌르는 것과 같았고, 그들은 모두 말로 사람을 죽이는 자들과 같았다’라는 것이다. ‘너희들은 스승의 가르침을 잘 알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너희들은 잘못된 도를 닦고 있고, 말도 일관되지 못하고 생각도 뒤죽박죽이다.’ 이러한 말로 서로를 강력하게 비난한 것이다. 이 내용만 본다면 심각하지 않은 있을 수 있는 논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죽이는 자들만 존재하는 것 같다’라는 표현을 통해 얼마나 심각한 논쟁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나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옳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옳다, 그르다’라는 판단은 대립과 갈등의 원인이 되기 쉽다. 왜냐하면 ‘내가 옳다’라고 하면 상대방은 ‘틀린 것’이 되기 때문이다. ‘옳다’를 주장하다 보면,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하는 의지를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면, 쉽게 적으로 돌리게 된다.

자신의 역사관이나 가치관, 혹은 종교관이 매우 편협되어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면, 그는 심각한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이다. 그러면 상황에 맞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가 없게 된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성찰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말로 상처주거나 죽이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50호 / 2014년 6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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