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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가 남긴 교훈

“절묘한 균형” “정부 여당에 대한 불만과 야당에 대한 불신” 세월호 참사의 침울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제6차 동시지방선거에 대한 대표적 평가들이다.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2012년 4월11일)와 제18대 대통령선거(2012년 12월19일)에서 잇달아 승리했던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에서 다 이겼다. 기초의원 선거에서만 이겼던 제5대 동시지방선거(2010년 6월2일)의 참패와 견주어보면 새누리당의 성적은 좋다. 세월호 대처에서 보여준 무능으로 정권심판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던 것을 고려하면 최상의 성적을 낸 셈이다.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국무총리 지명자의 낙마라는 정치적 호재가 있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거둔 성적은 4년 전에 못 미친다. 올해 초만 해도 역대 최악의 패배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던 것에 비하면 좋은 성적이지만, 세월호 민심을 지지로 전환시키지 못해 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4년 전에 약진했던 진보정당들은 단체장은 한 명도 없이 광역의원 4명, 기초의원 51명만 당선되어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다. 정당투표(광역비례)에서 통합진보당 4.3%, 정의당 3.6%의 지지를 얻은 것이 진보정당의 현주소이다.

그러나 단순한 통계수치가 아니라 내실을 따져보면 새누리당의 성적은 외화내빈이다.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성적은 초라하다. 경기도지사 선거와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이겼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크게 졌다. 서울시의회도 4년 전보다 2석밖에 늘리지 못해 절대적으로 열세를 보였다. 서울의 25개 구청장 선거에서도 5곳에서밖에 이기지 못했다. 경기도는 민선5기에 이어 민선6기에서도 여소야대 구도가 유지되었다. 도지사 선거는 이겼지만 도의회에서 50석에 불과해 78석의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크게 졌다. 경기도의 31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13개 지역에서만 이겼다.

민주주의 나라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선거의 주인공은 당연히 유권자이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를 바라보는 관점이 정당과 후보에게 있고, 선거의 주인공은 당선자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다보니 국민도 주권자로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56.8%에 그친 패배한 선거이다. 2010년 6.2지방선거보다 투표율이 2.3% 늘어났지만 국민의 절반 가까이 주권행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정당도 패배한 건 마찬가지이다. 정책과 생활정치가 사라진 선거였기 때문이다. 2010년 6.2지방선거 때는 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보편적 복지가 표심을 결정했고, 2년 뒤 18대 대통령선거에서도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중요한 선거쟁점이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책이 실종되었다. 새누리당은 막판에 선거와는 관계없이 ‘도와 달라’는 눈물전략으로 선거를 치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의 무공천 문제로 시간을 까먹는 바람에 정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막판에는 세월호 추모민심에 기대어 심판론에만 매달려 선거를 치렀다.

그나마 위로받을 수 있는 건 정당공천이 아닌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경쟁과 개발보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먼저인 인간존중 사회 건설의 요구가 진보적 정책을 내건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민주시민이 없는 곳에 민주주의는 없다. 어떤 일이 터져도 무조건 지지하는 ‘묻지마 투표’가 이뤄지는 한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 주권자인 국민의 자발적 참여만이 민주주의를 살리고,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존중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체계적인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지방선거였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 원장 nurisonh@gmail.com


[1251호 / 2014년 7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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