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우는 나라, 불교의 ‘포교’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참극을 거치며 새삼 한 나라에서 지식인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된다.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 기호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iN’으로 등식화하고 있다. 과연 그래도 좋을까.

물론, 정보과학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을 비뚤게 볼 필요는 전혀 없다. 반겨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질 때 그만큼 더 절실한 것은 정보 선별력 또는 판단력이다. 바로 그것이 정보화시대 지식인들의 책임이다. 그 책임은 종래와 같이 권위주의나 계몽주의에 있지 않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폭넓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책임을 뜻한다.
 
대체로 한 나라의 지식인으로 꼽히는 사람들이 있다. 학계, 언론계와 종교계다. 교수, 언론인과 더불어 종교인은 한 사회의 여론을 형성해나가는 핵심 지식인이다. 그만큼 교육과 언론, 종교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떤가. 세월호 참사 앞에서 막말을 한 교수, 언론인, 종교인이 있다. 국민이 미개하다는 재벌가 철부지 아들의 말이 옳다고 박수치는 교수, 방송인, 목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새삼 한국 지식인들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창극 참극도 마찬가지다. 총리로 지명되자 ‘국가의 기본을 바로세우겠다’고 사뭇 결연하게 ‘선포’한 그의 국가 의식은 식민사관에 찌들어 있었음이 드러났다. 문제는 교회 강연 동영상 전체를 보면 아무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이 나라의 자칭 ‘원로’교수, ‘원로’언론인, ‘원로’목사들에 있다. 이른바 ‘원로 지식인’들은 “이조 500년 허송세월”했다며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거”가 “민족의 DNA”라고 주장하는 문창극의 의도는 결국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새롭게 되었다는 말로 종교적 간증일 따름이라고 ‘변호’한다. 서울대에서 서양사를 평생 가르쳐온 ‘원로’이인호는 종편방송에 출연해 문창극 동영상에 감명을 받았다며 비난하는 사람들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과연 그러한가. 문창극이 인용한 윤치호, 그가 우리 민족이 자립심이 없다고 단언할 때, 이 땅의 민중은 갑오농민전쟁, 의병전쟁을 일으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윤치호’는 이 나라에 역사 속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가령 이광수는 우리 민족이 “문약하다, 상무정신이 없다”는 글을 신문에 연이어 써댔다. 바로 그 때 우리 민족은 3.1운동으로 석 달 동안 7000여 명이 숨지고, 숱한 청장년들이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에 뛰어 들어 일제와 싸우고 있었다.
 
물론, 학계와 언론계, 종교계에 모든 사람들의 역사의식이 천박한 것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참극에서 불교인들의 모습도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문제는 세월호나 문창극에 그치지 않는다. 당장 4대강 사업의 실패가 확인되고 있다.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면서 국민경제에도 굵은 주름살이 생기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적극 찬성하거나 ‘중립’을 내세워 방관하고 있던 교수, 언론인, 종교인 가운데 그 누구도 반성이 없다.
 
지난날의 잘못을 콕 집어 비판하자는 뜻이 아니다. 잘못된 지식인들의 여론 몰이는 지금도 진행형이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보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만들어가는 박근혜 정권에 대해 지식인들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가. 되레 마녀사냥에 가담하거나 방관하고 있지 않은가. 그 문제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있다.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노조 자율에 맡기지 않는 나라가 지구촌에 과연 있는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시계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 남북 관계도 무장 악화되고 있다. 이른바 ‘주류’ 지식인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다. 나라가 기울어가는 지금, 불교가 새로운 담론을 더 적극 개진해나간다면, 바로 그것이 21세기 ‘포교’ 아닐까.

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20gil@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