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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 올바름은 선택 아닌 필수

‘올바름’인가, ‘능력’인가? 요즈음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다시 우리가 능력이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의심도 생긴다. 수많은 의혹을 사고 있는 그 사람들은 과연 그러한 의혹을 넘어설 만한 어떤 능력들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이 과연 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만 ‘올바름’과 ‘능력’이 대립하는 개념인지, 현재의 세태에서 올바른 사람이 성공을 할 수 있는지, 그런 문제까지 이야기하자면 이야기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듯하다.
 
애초의 물음으로 되돌아 와서 문제를 좀 단순하게 해 보자. ‘올바름’이라는 기준이 고위의 관료로서 국가적 임무를 맡아야 할 인물을 선택하는데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지를 자문 한다면 우리가 어느 정도는 이 ‘올바름’이라는 기준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뭐 그렇게 엄하게 따질 필요가 있나?” “일만 잘하면 되지….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 어디 있다구….” 이런 투의 냉소적인 발언들은 모두 ‘올바름’에 대한 포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이전에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거의 모든 국민이 그 ‘올바름’에 대해 의심을 가지는 인물을, 그가 우리를 ‘잘 살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으로 선택하였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때부터, 아니 그 훨씬 이전부터 우리는 우리의 삶 전반에서 ‘올바름’이라는 기준을 포기해 왔고, 그것이 정치적 선택에 반영되었을 뿐이다. 우리 자신들이 어느 정도 올바름은 포기하고서라도 부자 되고 싶고, 출세하고 싶어 하는 삶을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의 삶이야 어느 때 어느 곳을 가리지 않고 그러한 경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넘어가기 힘들 정도로 우리들은 부자 되고 출세하는 삶을 위해서라면 다른 것을 돌보지 않을 태세를 이미 오래 전부터 갖춰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증거가 앞에서 특별히 따옴표를 찍은 ‘잘 산다’는 말의 사용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사람답게 살고, 의롭게 살고, 이웃을 사랑하며 사는 삶이 잘 사는 것이 아니고, 부자 되고 출세한 삶을 잘사는 것이라고 한 데서 우리의 가치기준이 어떻게 정해져 있느냐가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았던가? 부자이지만 참 잘 못산다. 출세했지만 참 잘 못산다는 말이 일반화되지 않는 이상 우리의 가치기준에 ‘올바름’이 설 자리는 없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문제는 그것이 정치적 선택에도, 또 고위 공직자를 선택함에도 적용되었을 때이다. 우리 일반 사람들의 성향이 그러할 수밖에 없기에, 그러한 사람들의 사회적 영위를 조정하고 이끄는 대표자나 공직자들에는 더더욱 엄한 기준을 적용해야 된다는 상식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지도자나 고위 공직자를 도덕성에 대한 엄정한 심판 없이 선택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색깔 논쟁과 편 가르기 논리 속에 묻히고 능력 위주라는 말로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공자는 “정치란 올바름이 근본이다”(政者 正也)라고 하였고, 맹자는 “지도자로 합당한 덕을 가지지 않고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은 천하에 독을 퍼뜨리는 것이다” 하였다. 이러한 기준에서 본다면 과연 지금 청문회의 양상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 거기에 거론되는 인물들의 올바름을 바로 검증하지 않는다면 혹 천하에 독을 퍼뜨릴 위험은 없는 것일까?
 
정치적 꼬투리잡기와 편 가르기 논리는 엄하게 비판하여야 하겠지만, “적당히 하지~”하면서 갑갑증을 내는 것도 일종의 편 가르기는 아닌지, 올바름에 둔감하게 된 나의 타성에서 나온 갑갑증은 아닌지를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답답하니 적당히 넘어가자는 말 쉽게 하지 말고, 답답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정치인과 공직자의 근본을 엄히 세우는 올바른 방향성을 갖자는 말이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253호 / 2014년 7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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