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생사고해의 소금물 마시기
25. 생사고해의 소금물 마시기
  • 박상준 원장
  • 승인 2014.07.14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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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 지하철 경로석에서 갑자기 ‘씨에 비읍받치고 알로우마’하는 큰 소리가 지하철안의 정적상태를 일시에 깨트리면서 귓전에 부딪혀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여자 친구의 손을 잡고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신고전화를 하고 있다. 경로석에는 초로의 할아버지 한 분이 손으로 젊은이를 향해 전위예술에 가까운 몸짓을 하면서 쉴새없이 음파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에너지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면
신업과 구업도 저절로 안정돼
참으로 안으로 살피고 또 살펴
내 몸·마음의 주파수 조절해야
 
지하철이 멈추고 문이 열리자 두 젊은이는 약간 빠른 걸음으로 내린다. 경로석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옆에 앉아있던 연세 지긋한 분이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나직하게 말을 건넨다.
 
“요즘 젊은이들 다 그렇습니다. 그냥 넘어가 주셔야지요.”
 
“뭐요. 나는 그렇게 못해요. 아니 내가 한마디 했더니 전화기를 들고 ‘여기 이상한 알아버지가 있다’고 신고를 하잖아”
 
두 젊은이가 경로석 옆에 서 있는데 아마 그 간격이 할아버지 눈에는 너무 가까웠던 것이다.
 
“그러니 나라가 이모양 아니오.”
 
안되겠다 싶었는지 연세 지긋한 분은 이제 말을 하지 않고 약간 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지하철에 앉아있는 승객들은 이 정도의 소란은 너무 익숙하게 목격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들 무심도인처럼 졸기도 하고 옆에 있는 일행들과 태연하게 대화를 주고받는다. 몇 사람만이 고개를 약간 앞으로 빼서 경로석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번역 문제나 사소한 일로 내가 목소리를 높였을 때 옆에 있던 사람의 느낌이 이 비슷했겠구나’하는 생각이 뇌리를 제법 강도 높게 스친다. 살살 얘기해도 될 것을 목소리의 주파수를 너무 높게 조절한 일이 많았구나 하고 돌이켜 반성을 해본다.
 
낮에 강의하면서 소개했던 아침 종성의 게송이 떠오른다.
 
三界猶如汲井輪 (삼계유여급정륜)
百千萬劫歷微塵 (백천만겁역미진)
此身不向今生度 (차신불향금생도)
更待何生度此身 (갱대하생도차신)
 
삼계윤회가 마치 우물물 길어 올리는 두레박 신세와 같아서 / 백천만겁동안 미진수 세계를 헤매면서 돌아다니네 /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않으면 /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서 이 몸을 제도하리오.
 
목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는 것은 순전히 몸의 문제라고 봐도 된다. 몸속을 흐르는 에너지 주파수가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고 중심이 입체적으로 잡혀있으면 목소리뿐만 아니라 신업과 구업이 저절로 안정된다. 의업의 주파수도 따라서 안정적인 주파수를 나타낸다. 그런데 지하철이 가다가 바퀴에 펑크가 나서 멈추게 되면 여러 가지 소란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처럼 몸속을 흐르는 에너지 지하철의 유리창이 깨지거나 바퀴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더러 목소리도 주파수 변형이 심해지고 손과 발의 움직임과 안면근육의 움직임이 제어되지 않은 상태에서 펼쳐지게 된다. 주파수가 너무 높아지면 흥분상태가 되고 너무 낮아지면 우울 상태가 된다. 두 상태를 오락가락하는 것을 조울증이라고 한다.
 
내 몸의 에너지 주파수와 내 마음의 갖가지 에너지 주파수를 내가 잘 조절하고 있는지 점검해본다. 잘 조절되는 것 같아도 언제 알제리같은 강적을 만나게 될지 모르니 참으로 안으로 살피고 또 살필 일이다.
 
생사고해의 바닷물을 어푸푸 어푸푸 마시는 바람에 목도 타고 입술도 타고 속도 타는 이 몸을 잘 달랠 일이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려 정갈한 차도 마시고 때로는 커피도 마시면서 목도 축이고 속에 잔뜩 들어있는 고해의 소금기를 잘 중화시킬 일이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253호 / 2014년 7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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