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백척간두수진보
36. 백척간두수진보
  • 김형중 법사
  • 승인 2014.07.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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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古德云하기를 百尺竿頭坐底人이 雖然得入未爲眞이다 百尺竿頭須進步하면 十方世界現全身이다
 
번역: 옛 스승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백 척의 장대의 끝에 앉은 사람을 가리켜 비록 깨달음의 경지에 들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아직 부족하다.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온 세계와 내 몸이 하나가 되어 부처의 몸으로 나타날 것이다. ‘무문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자기 버리는 수행자가
최고로 위대한 종교인
부처와 반분좌할 성승
 
‘무문관’ 46칙에 나오는 ‘백척간두’의 공안이다. ‘무문관’은 중국 남송시대 무문 혜개(無門慧開, 1183~1260) 선사가 문이 없는 문을 열어 견성성불 하는 법을 제시한 책이다. ‘전등록’에 나오는 1700공안 가운데 핵심적인 화두 48개를 선별하여 화두공안이란 열쇠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도록 정리한 공안선서(公案禪書)이다.
 
‘깨달음의 집착마저 버리라’는 멋진 가르침이다. 세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금메달을 내려놓고 겸손하기는 쉽지 않다.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가 깨달았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일은 정말 어려울 것이다. ‘정점에서도 온 몸을 던져 투신(投身) 정진하라’는 호쾌한 기개와 용기가 드러난 말씀이다.
 
‘전생담’에 석가모니의 전신인 설산(雪山)동자가 ‘열반경’의 사구게(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 모든 것은 덧없이 흘러가니 태어나 죽지 않는 이는 아무도 없네. 나고 죽는 그 일마저 사라져 버려야 거기에 고요한 즐거움이 있네)를 얻기 위하여 절벽에서 굶주린 나찰의 밥이 되기 위하여 몸을 던져 구법(求法)한 설화가 나온다. 의상대사가 동해 낙산사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하여 동해바다에 투신한 설화가 ‘삼국유사’에 전한다.
 
달마대사에게 선법을 구한 혜가(慧可)대사 역시 팔뚝을 끊어 ‘구법단비(求法斷臂)’한 일화는 수행자에게 제시하는 바가 큰 감동적인 이야기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과감하게 앞으로 나가려는 결심은 대장부만이 할 수 있는 용기이다.
 
중생심은 집착심이다. 집착 중에서도 목숨과 재물과 명예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가장 강하다. 특히 자기 목숨에 대한 집착을 떠난 사람은 가장 강한 사람이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아깝게 여기지 않는 군인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군인이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자신을 버리는 투철한 수행자는 가장 위대한 종교인으로 부처와 반분좌(半分座)할 수 있는 성승(聖僧)이라 할 수 있다.
 
출가사문은 충천 대장부로써 항상 세상의 욕망으로부터 떠난다. 새들도 한 나무에 머물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난다. 좋은 자리에 집착하여 안주하면 고인 물이 썩듯이 부패하고 만다. 집착을 버리는 공부가 수행이다. 집착은 말뚝이다.
 
‘금강경’에 “나의 설법은 뗏목과 같다. 법도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법이 아닌 법(非法)에 집착하지 말라”는 ‘뗏목(捨筏)의 비유’가 있다. 뗏목을 타고 피안의 언덕에 도달했으면 강과 뗏목을 버리고 육지로 가야함을 비유한 것이다.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것을 열반해탈이라고 한다.
 
나의 실체를 고집하여 생긴 아상과 아집을 버린 수행이 무아행(無我行)이고, 욕망을 버린 수행이 이욕행(離慾行)이고, 물질의 형상(相)의 집착을 버린 경계가 이상불(離相佛)이다. 재물에 대한 욕심을 없애고, 권력에 대한 애착을 없애고 명예에 대한 집착도 없앤다면 세상살이 고통이 반으로 줄어들어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모두가 보살이고, 모두가 부처가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바세상은 무한경쟁과 자기자랑 과대홍보가 대세를 가르는 불난 집이다.
 
하안거 선방에서 무자화두와 싸우며 용맹정진하고 계실 수련스님이 그립다.
 
시간이 지난 후/ 그때 용심을 내어 한 번 더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절벽에 마냥 떠다니는 아지랑이/ 지금 내가 백척간두에 서 있네.
 
김형중 동대부중 교감·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253호 / 2014년 7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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