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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박준자 씨

기자명 법보신문
▲ 지혜성·74
단언하자면 남은 생의 원력은 일심으로 정진하여 화두를 타파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 수행할 수 있고 수행의 시간을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절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법 만나기를 발원하며 부산에서 남해 보리암까지 다녔다. 그렇게 3년이 되던 해, 소림사 참회 산림 법회에서 홍제사 회주 혜국 스님의 법문을 듣게 되었다.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내 남편, 내 자식만 챙기며 모두들 자신의 것만 찾는가?”라는 스님의 호통에 의심이 턱 하고 가슴에 붙었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갈 것인가. 공부를 마쳤다는 어리석은 자신감은 비우고 다시 처음부터 정진한다는 생각으로 화두를 들었다. 세월은 빠르게 흘렀다. 진전이 없을 때 혜국 스님이 계신 홍제사에서 보살선방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길로 홍제사를 찾았다. 정진을 시작한 지 얼마 후, 시련이 찾아왔다.
 
화두 들며 답 얻었다 착각
혜국 스님 만나 다시 정진
남편 반대에 참회 절 올려
공부 스승인 남편에 감사
 
남편도 불교공부를 오랫동안 해 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보살은 참선하면 무릎과 허리가 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내가 선방에 가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다. 남편의 참견과 호통을 견디지 못하고 한 달간 참선을 쉬었다. 공양주를 핑계로 다시 시작했지만 거짓말은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 한 이후로 남편의 간섭은 더 심해졌다. 24시간 내내 불만을 쏟아냈다.
 
집에서도 절에서도 도무지 불편한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다. 결국 화두마저 내려놓았던 다음 날 새벽, 어두컴컴한 방에 가만히 앉아서 나를 돌이켜봤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남편과 나는 도대체 무슨 인연이기에 이토록 괴로움을 겪을까. 침묵 속에서, 눈앞에는 꿈이라고 하기에 너무도 생생한 장면들이 영사기 필름처럼 돌아갔다. 그것은 그동안 남편을 괴롭혀 온 내 모습이었다. 남편과 자식에게 화를 내고 감정적인 행동을 하는 나…. 눈물이 끝없이 흘렀다. 마음을 완전히 달리 먹었다. 참회할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날 나는 남편에게 한 배, 한 배 정성스럽게 절을 했다. 50배 즈음 이르자 남편이 그만 하라고 했다. 여전히 간섭과 불평을 했다. 무조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여러 날이 지나면서 차츰 남편과의 관계에 변화가 일어났다. 절에 왜 가냐고 질책하던 남편은 절에 가는 날에는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은 본인에게 맡기라고 했다. 혜국 스님도 함께 친견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스님은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남편을 따스하게 대해 주셨다.
 
남편과의 관계가 바뀐 지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이제 남편은 다른 친구들이 아내와의 갈등을 토로하면 “우리 아내와 함께 홍제사를 가보라”고 권할 정도다. 감사한 일에는 감사함이 따른다고 했던가. 10년 째 아들을 갖지 못했던 딸은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누군가 남편이 어떤 존재인지 묻는다면 나는 ‘스승’이라고 답하고 싶다. 남편이 없었다면 하심의 공부를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는가. 이제 다시 화두를 들고 있다. 물론 놓칠 때도 있지만 선방에 앉는다. 홍제사 보살선방에서 휴식 시간을 한 시간 줄이고 6시간 정진을 하고 있다. 토요일에는 보살선방이 있는 혜원정사에서 철야정진을 한다. 부산 홍제사에서 수행한 지 14년이다. 죽기 전 화두를 타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혜국 스님의 법문을 귀담아 듣고 공부를 점검하며 매일 수행을 이어갈 뿐이다.

[1254호 / 2014년 7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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