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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 아라한 세간으로 모셔온 10년 수행의 길

  • 법공양
  • 입력 2014.07.22 10:40
  • 수정 2014.07.22 10:46
  • 댓글 1
▲ 세상 모든 중생의 어려움을 구제하겠다는 원력의 상징으로 3003아라한 조성 대작불사를 시작, 10년 만에 회향한 적산 스님.

3003위의 아라한이 서울 한 복판에 나투셨다. 10여 년 간 아라한 조성을 화두 삼아 수행정진한 적산 스님의 개인전 ‘세계최초, 3003위 대아라한 전’이 7월16~29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열리고 있다.
 
적산 스님, 15년 만의 개인전
‘세계최초, 3003위 대아라한’
29일까지 갤러리 미술세계서
생사고비 넘긴 작품조성 10년
유례없는 3003아라한 화폭에
“다양한 개인 구제 원력 상징”
 
지난 1999년 공평아트센터에서 개최한 첫 번째 개인전에서 심산유곡을 화폭에 옮겨 담은 적산 스님은 당시 “인간적인 가치판단을 버리고 자연이라는 큰 범주 속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만큼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 후 15년 만에 다시 한 번 세상에 펼쳐 보인 작품에는 자연의 풍광이 아닌 도리천의 구름과 그 사이에서 자유자재로 머무는 아라한의 모습이 담겼다. 그것도 500아라한이나 1200아라한이 아닌 3003아라한이다. 작품세계의 드라마틱한 반전이자 놀라운 변신이다.
 
“북한산에서 수행하던 중이었습니다. 수행이라는 것에는 늘 마장이 있는 법이지만 이 때는 유독 장애가 많아 수행을 계속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회향없이 수행을 멈출 수 없기에 노적사 계곡 옆 소나무 아래로 자리를 옮겨 다시 화두를 잡았습니다. 그러던 중 선정에 들었나 봅니다.
찰나의 순간 같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기도 한데 극락세계 도솔천의 길목에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놀랍게도 그 도솔천 가득 아라한들이 계셨습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하며 선정에서 깨어난 후 손에는 이미 붓이 들려있었습니다. 그리고 10년, 마침내 제가 친견한 아라한을 모두 화폭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15년 만에 마련한 전시회의 개막식이 열린 7월16일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스님은 세간의 궁금증을 예상했다는 듯 조성 경위를 설명했다.
 
3003위라는 전례 없는 규모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500아라한이라 1200아라한을 조성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3003아라한을 조성한 사례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스님은 “3000이라는 숫자는 불교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를 상징한다. 선정에 들어 친견했던 아라한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는 점도 있지만 숫자가 주는 규모의 미학을 시도함으로써 수행자이자 작가로서 내 자신을 넓히는 동시에 그림을 통한 불성의 발현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또 3위는 불법승 삼보를 상징하는 동시에 지극한 귀의의 마음을 담고 있다.
 
“고행이라 부를 만한 10년간의 진력 끝에 탄생한 나한 연작에는 유년시절부터 끊임없이 추구해온 작가로서의 꿈과 출가 이후의 수행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나한이라는 주제는 단순히 불교의 세계에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는 다양한 나한에는 다원화된 시대 속 복잡한 문제에 직면한 각 개인들의 구제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이 같은 대승적 주제 의식을 3003위의 나한 속에서 찾고자 합니다.”
 
▲ 갤러리 미술세계 3개층 전관을 사용해 전시했지만 3003아라한 중 439점 만이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법 규모가 큰 전시관, 그것도 3개 층을 모두 사용해 작품을 배치했지만 3003아라한의 15퍼센트에 불과한 439점 만이 제자리를 찾아 전시됐다. 나머지 작품들은 자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규모 못지않게 놀라운 점은 3003아라한의 상호와 표정, 옷, 자세, 지물 심지어는 배경이 되고 있는 구름의 형상까지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다는 점이다. 구름 위에 올라탄 듯, 혹은 구름 위를 거니는 듯 가볍고 편안해 보이는 아라한들의 자태는 맑고 순수한 마음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표정들과 어우러지며 보는 이들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화폭 전체의 선은 정갈하고 색은 은은하다. 아라한의 모습은 결코 가벼이 그릴 수 없지만 그것을 접하는 이들에게 위압감을 주어서는 안 되며, 화려한 색이나 장엄 등으로 부담감을 주는 것은 더더욱 조심해야한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 3003아라한 중 ‘근계존자’. 공부를 열심히 해 염라국에서도 승복했다는 근계존자는 지옥고의 중생을 구제한다.

“불자 가정 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달마도를 모시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듯 아라한도 역시 누구나 편하고 친숙하게 여기고 봉안하게 되길 바란다”는 적산 스님은 그래서 색 하나, 선 하나에도 거슬림이나 과장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오방색을 기본으로 삼되 채도를 낮추고 색들의 조화를 우선 고려하는 등 작품 하나하나에 기울인 스님의 노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제가 친견한 아라한과 도솔천의 모습은 인간의 붓으로는 그리기 힘든 형상과 색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완전히 옮겨 담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이생에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는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생의 모든 것을 담아 아라한을 조성하는 10여 년의 시간이 어찌 순탄했겠나. 스님은 그저 “수 없이 많은 고비가 있었다”는 표현으로 말을 아꼈지만 그 사이 생사의 고비를 여러 차례 오갔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출가 후 다시 붓을 잡을 당시 은사 스님과 조부 스님께 다짐했던 약속, ‘미술을 통해 불교의 뜻을 담겠다’는 원력 때문이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방황도 많이 했고 마침내 출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림을 향한 갈증은 풀어지지 않았습니다. 은사이신 해인사 원각 스님께 이 같은 속내를 털어놓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붓을 잡았던 것은 ‘누군가는 절을 지어야 하듯이 그림을 통해 불교의 가르침을 표현하는 일 역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확고했기 때문입니다.”
 
그 초심을 잃지 않았기에 스님의 10년 정진은 마침내 3003아라한 조성이라는 대작불사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아라한들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3003아라한 전부를 누군가 모셔가 봉안하겠다면 기꺼이 내어드려야겠지요. 하지만 인연 닿는 분들이 한 분, 한 분씩 모셔가 전국 각처로 흩어진다면 그것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 전법을 선언하실 때 제자들에게 ‘한 길로 둘이 가지 말라’고 하셨듯이 한 분 한 분의 아라한들이 전법의 길에 나섰던 부처님의 제자들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가 말없는 법문을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야말로 제가 수행자로서 다시 붓을 잡게 되었던 원력의 참된 회향이 될 것입니다.”
 
이날 개막식에는 스님의 전시 소식을 듣고 찾아온 100여 명의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간단한 개막식을 마치고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적산 스님에게 노비구니 스님 두 분이 다가와 말씀을 건냈다.
“이게 어떻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입니까. 오직 스님의 원력과 부처님의 가피로 이런 장엄한 자리가 마련됐네요. 스님, 너무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정진, 정진 하세요.”
 
적산 스님에게 당부에 당부를 거듭한 노스님들은 환희로운 표정으로 한 참 동안이나 전시장을 둘러봤다.
“수행하는 마음으로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3003아라한을 통해 이 땅의 모든 불자들이 성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노스님들의 격려에 허리 숙여 인사한 적산 스님의 각오에 3003아라한이 화통한 웃음으로 답하는 듯 하다. 갤러리 미술세계 02)2278-8388.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254호 / 2014년 7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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