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 청소년 캠프의 감상

기자명 하림 스님
요즘 절에서 청소년 명상 캠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에는 고등학생을 참가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누구나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지만 성인이 되면 그 시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까맣게 잊고 지냅니다. 오히려 부모 입장에서 학생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청소년 시절 겪지만
어른되면 기억 잊어
아이들과 소통 위해선
이해·공감이 가장 필요
 
오후 무렵 한 남자 아이가 힘들어 합니다. 잘 하더니 거기까지가 스스로의 한계선이라고 정했던 모양입니다. 배가 아프고 머리에 열이 조금 났습니다. 아마 뭔가 불편한 일이 있을 때마다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인 것 같습니다. 그것도 이 아이의 뜻이고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존중합니다. 눕고 싶다고 해서 강당 끝 쪽에서 쉬게 했습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그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래도 잘 견뎌주어서 밤 9시가 넘어 마칠 때까지 그 아이는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담당 선생님이 아이의 엄마가 온다고 상담을 요청합니다. 분위기를 보니 집에 가겠다고 한 것 같습니다. 이미 엄마는 바깥에 와 있었습니다. 잠시 아이를 따로 불렀습니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선택하기 만을 바란다”고 말해줬습니다. “집에 가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가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런데 가고 싶은 마음만 있니? 아니면 여기 있고 싶은 마음도 있는 거니”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지금은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가고나면 스스로 ‘아이들과 적응에 실패했다’라는 자괴감을 가질까 걱정이었습니다. 스스로 이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서 견디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대인관계를 폭넓게 했던 경험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합의를 보았습니다. “이곳은 네가 잠을 자기에 아마 불편할 것 같으니 일단 집에 가서 편하게 자고 내일 아침에 몸이 괜찮아지면 다시 오는 것이 어떻겠니?”라고 물었더니 그때서야 “그렇게 하겠다”고 답합니다.
 
아이의 엄마를 함께 만났습니다. 아들 하나를 키우는 엄마였습니다. 아이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먼저 도착해 챙겨주어야 하는 엄마였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직장을 조절할 만큼 아이에게 관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어떻다고 제게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런 설명은 아이 앞에서 하면 안 됩니다. 당장 아이의 표정이 긴장됩니다. 잠시 설명을 멈추게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의 어떤 점이 불편한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아요”라고 말합니다.
 
엄마는 잠시 당황합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얼만데, 얼마나 많이 들어주는데…’라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아이에게는 엄마의 관심이 ‘지지와 공감, 격려가 아니라 지시와 판단’이었던 것입니다. 이 짧은 순간에도 엄마는 틈틈이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익숙한 부모의 자리에서 벗어나 청소년의 자리에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회상하고 그때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무엇을 원했는지 신체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깊이 관찰해야 합니다. 이것이 늘 우리가 배우는 오온조견입니다. 이해와 공감을 통해서 소통의 문은 열리기 시작하리라 믿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참 행복한 날’들이 되길 기원합니다.
 
 
[1255호 / 2014년 7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