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7. 빅 히스토리 스몰 히스토리

달이 뜨면 별빛 희미해지지만
달과 별은 서로 공존하는 법
이익과 신상에 초점 모아지면
지혜와 청정광명 가는 길 몰라
 
비가 내려주고 있다. 하마터면 비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잊어버릴뻔 했다.
 
一月孤輪 (일월고륜)
沒有衆星 (몰유중성)
 
둥근 달이 떠오르자 / 모든 별이 빛을 잃는구나.
 
인사동에 있는 어느 찻집 안에 세워져 있는 유리창문에 붓글씨로 써져서 붙어있는 글귀이다. 붓글씨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도 밝혀져있지 않다. 읽자마자 소동파의 전적벽에 있는 구절이 떠오른다.
 
月明星稀 (월명성희)
烏鵲南飛 (오작남비)
 
달빛이 밝아지자 별이 드물어지니 / 까마귀와 까치들이 남쪽으로 날아가네.
 
동파거사가 지금의 중국 항주에 있는 적벽강에서 나그네들과 함께 뱃놀이를 했다. 뱃놀이를 한참 하다가 동파거사가 벽지에 귀양와 있는 심정을 한곡조 노래로 부른다. 그 노랫가락에 맞춰서 한 나그네가 퉁소를 분다. 그런데 그 퉁소 소리가 동파거사의 가슴을 후벼 파며 들어온다. 구성지고 구슬픈 퉁소 소리가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흐느끼는 듯, 하소연하는 듯 하면서 실날처럼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강물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이 퉁소 소리를 듣고 춤을 출 듯하고 주변에 있던 배에 타고 있는 과부가 눈물을 주르륵 흘릴만 하게 퉁소 소리는 이어진다.
 
동파거사가 나그네에게 “무엇 때문에 당신의 퉁소 소리가 그토록 애간장을 녹이는 것이오?” 하고 묻는다.
 
제행무상의 대변자인 나그네가 동파거사에게 자신의 퉁소 소리가 구슬픈 까닭을 설명한다. 삼국지의 주인공 중의 한 사람인 조조가 등장한다. 조조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때 군소영웅들이 일시에 빛을 잃었던 것을 나그네는 저 앞에 있는 내용인 까마귀와 까치로 설명한다. 허나 이것은 조조가 의기양양하게 지은 것이지만 적벽대전에서 대패하는 바람에 쫓겨 내려올 때는 산천이 구슬프게 뒤엉킨다. 나그네는 이 적벽강에서 벌어졌던 영웅들의 영욕이 다 역사의 물결에 흘러가버렸으니 지금 어디 있는가 하고 묻는다.
동파거사가 대답하는 내용을 잠시 감상해본다.
 
江上之淸風 (강상지청풍)
山間之明月 (산간지명월)
耳得之而爲聲 (이득지이위성)
目遇之而成色 (목우지이성색)
取之無禁 (취지무금)
用之不竭 (용지불갈)
 
강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과 / 산사이에 떠있는 밝은 달은 /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 눈으로 만나면 달빛이 되니 / 이것은 취해도 금하는 사람이 없고 / 써도 써도 없어지지 않는다오.
 
오늘 만난 선생님께서 ‘빅 히스토리’ 이야기를 하셨다. 우주의 역사가 대략 150억년이고 지구도 어림잡아 역사가 45억년이다. 오늘 우리가 말하고 있는 몇천년 몇백년과 개교 100주년 등등은 이 빅 히스토리의 거대한 시간에 비추어보면 새발의 말라붙은 피에 불과하다. 빌게이츠도 재단까지 만들어서 빅 히스토리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모래사막에 금을 그어놓고 티격대격하고 있는 지구촌은 지금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무량겁을 입에 올리고 삼천대천세계를 이야기하다가도 자신의 이익문제나 신상문제에 초점이 모아지면 그토록 간절하게 말하는 지혜와 청정대광명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달이 뜨면 일시적으로 별빛이 희미해지지만 조금 있으면 달과 별이 우주허공에 사이좋게 공존한다. 이 비가 그치면 별도 달도 함께 빛날 것이다.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255호 / 2014년 7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