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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두려워하는 조직은 발전 없다

기자명 옥복연
7.30 재보선 선거는 세월호 사건, 수차례의 인사 참사, 유병언 부실수사 등 누가 봐도 여당이 참패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고, 야당은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에서 대패했다. 야당이 안방까지 내줄 정도로 굴욕적으로 패배한 원인으로 “민심은 물론 당심(黨心)도 읽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정치 지형은 변했는데 과거에 안주함으로써 야당의 지지자들은 대거 이탈하고 중도파들은 외면했다. 이처럼 어떤 조직이건 변화를 수렴하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다수 사람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준 사태는 오늘 조계종단 중앙종회에서도 있었다. 종단은 지난 198차 중앙종회에서 비구니스님의 호계위원과 법규위원 참여를 위한 종헌개정안을 통과시켰었다. 이 개정안은 비구니 호계위원은 초심만 참여하고, 초심호계위원의 숫자를 2인 늘려 그 부분만 비구니에게 할당했으며, 비구니 호계위원은 비구를 갈마 할 수 없도록 스스로 그 권리를 제한했다. 다소 굴욕적인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비구니 참종권의 확대라며 종단내외에서 환영했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처리 절차를 문제 삼은 원로회의의 인준 부결로 199회 중앙종회에서 재논의 되었는데, 그 결과는 암담했다. 본회의장에서 반대하지 않았던 비구니 법규위원도 거부되었고, 비구니 호계위원 관련 개정안은 무더기 반대(21표)로 부결되었다. 지난 회기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켜놓고 오늘 비공개투표에 반대했으니, 비구니승가의 참종권 확대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비구의원들의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다.
 
비구니 의원들은 개정안 통과를 위해 비구의원들을 설득하거나 읍소하기도 했으며, 비구니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을 퇴장하기도 했다. 승가 화합을 중시하며 다수 비구니스님들과 재가여성들의 반발을 앞장서서 막았다. 15대 중앙종회에서 비구니의원들은 이 개정안을 네 차례나 상정시켰지만, 안타깝게도 원로회의 인준 거부와 인준 부결, 그리고 본회의에서 또 부결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치듯이, 종교 또한 예외는 아니다. 신흥 종교는 사회적 변화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하면서 단계적 변화를 가져오는데, 이를 ‘종교의 제도화과정’이라고 한다. ‘초기단계’에서 혁신적인 사상이나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사회변혁을 주장하며 신생 종교가 등장한다. 하지만 ‘공고화 단계’로 접어들면 조직을 유지하고 계승하기 위한 행정적 역할이 더욱 중시 되고, 이후에는 조직의 현상 유지를 중시하는 ‘일상화 단계’를 거친다. 그 후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문화지체현상으로 사회 적응능력을 상실하여 ‘와해의 단계’로 접어든다. 하지만 사회 변화를 적극 수렴하며 다수 신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재구성의 단계’로 나아가면 조직은 새로운 발전을 맞는다. 만약 종단이 양성 평등한 사회 변화를 무시하고 비구니를 차별한다면, 이는 붓다께서 가장 우려했던 교단을 분열시키는 요인이다. 조계종단은 한국 불교 최대 종단으로서의 소명감을 가지고 사회의 도덕적 가치 기준을 앞서 실천하며, 다수 신도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발전할 수 있다.
 
교황의 방안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한국 가톨릭은 성직자와 평신도가 위계적이 아니라 수평적인 파트너십 방식으로 발전해 왔는데, 교황 방한의 목적이 전도 초기에 순교한 수십 명 평신도 순교자들의 시복식 집전이라고 한다. 평신도의 소중함을 알고 소외된 자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는 지도자가 조계종단에서도 나오기를 기대한다.
 

[1257호 / 2014년 8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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