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수능기도를 지켜보면서
15. 수능기도를 지켜보면서
  • 하림 스님
  • 승인 2014.08.19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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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다른 절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능기도에 대한 안내가 크게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절 신도님들이 생각났습니다. 식구들도 챙기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들었습니다. 절 앞에 현수막이라도 붙이려다가 포기했습니다.
 
수능평가 앞둔 수험생에
최선 다하라는 말도 부담
힘들어 할 때는 공감하고
친구처럼 대하는 게 도움
 
‘수능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회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자식이 수능을 앞두면 불안해지기 마련입니다. 세상은 수능생이라고 이름붙이고 본인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시험의 무대 위에 올라가라 몰아붙입니다. 그러나 그 무대 위 영광스럽게 빛나는 자리는 좁기만 합니다. 그래도 이 평가의 단두대에 모두가 올라서야만 합니다.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하지만 정작 용기를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넌 꼭해야 해’라고 들립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넌 실패자야’라고 들립니다. ‘실력만큼만 하면 돼’라는 말은 꼭 ‘네 실력은 그것 밖에 안 되니’라는 말로 들립니다.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잠자지 말고 놀지 말고 오로지 공부만 해’라는 말로 들립니다.
 
평가는 누구에게나 부담스럽습니다. 수능성적이 청소년 시절의 최종 성적표가 되는 분위기가 가족 모두를 더 불안하게 만듭니다. 수능생만 아니라 아빠와 엄마 그리고 가족 모두의 평가가 되고 있습니다. 50대 중반의 거사님이 동창회에 나갔는데 꼭 공부를 잘 했던 친구가 잘 사는 것만은 아니었다고 말하더군요. 오히려 성격 좋은 친구가 사업도 잘하고 주변 관계들도 좋게 산다고 합니다. 결국 학교에서 좋은 사람의 길로 안내하는 것이 대인관계가 좋고 일도 잘하고 돈도 잘 버는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결과들이 즐비한데도 내 자식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못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합니다. 자식에게만은 평정심을 갖지 못한다는 말이겠지요. 부모가 자식의 일을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시기에 꼭 필요한 도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기도합니다. 기도는 주의의 집중입니다. 불안한 생각과 감정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이 기도의 효과입니다. 그렇게 잠시 내려놓고 나면 자식의 일이 좀 더 객관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더 다가가는 방법은 수능생의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하루를 보내는지 매일 물어주고 들어줍니다. 그것이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고 긴장을 이완시켜 줍니다. ‘당장 그만두고 싶어요’라고 말해도 ‘그렇구나, 얼마나 힘들면 당장 그만두고 싶겠니’라고 그 심정을 공감하고 함께 힘들어 합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그래도 힘내야 하지 않겠니’라는 말을 먼저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하고 나면 아이가 먼저 그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잘 해 볼래요’라고 먼저 말하면 ‘그래 넌 잘 할 수 있을거야, 맘먹으면 잘 하잖니’하고 또 기다려 줍니다. 아마도 다음날도 또 그럴지 모릅니다. ‘당장 그만 둘래요’라고 말하면 또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 줍니다. 이 아이는 아마도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비난하지 않고 공감해주는 친구가 생겼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힘든 시절 친구의 존재는 그 시기를 잘 견디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 가운데 가장 힘이 있는 아빠와 엄마가 친구가 된다면 세상에 무서울 것 없이 용기 있게 당당하게 헤쳐 나가는 자식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자식에 대한 평정심을 찾고 공감과 지지를 통해서 아이의 친구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1257호 / 2014년 8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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