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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이 불교에 주는 교훈

‘화해, 용서, 정의, 약자의 고통에 함께함…’
 
로마 교황이 다녀간 동안 우리들 귀를 적셨던 말들이다. 우리는 종교를 떠나 그러한 말들과 행동의 진원지인 로마 교황의 언동에 귀를 모았고, 놀라고 감동하며 함께하였다. 우리 불자들도 그러한 행렬에 함께 하였으리라. 그리고 한편으로는 감탄하며 또한 부러워하였으리라. 필자 또한 로마 교황의 방문일정 내내 그런 마음이었다.
 
우선은 찬탄이 먼저이리라. 정말 진심으로 찬탄할 때 우리는 그에 닮아 갈 수 있음이니. 수희공덕을 말하지 않더라도 종교인으로서 참으로 본받을 만한 수많은 측면을 마치 과시하듯 보여준 그의 행적에 수희 공덕을 짓는 것이 우선이리라. 그러나 분명 그 뒤에 따라야 할 것은 우리 불교계에 대한 반성이요, 우리 불교계 또한 그러한 인물을 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리라는 다짐이 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모든 불자 하나하나가 그가 던진 메시지를 거울삼아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종교의 차이가 있기에 그에 대한 찬탄 때문에 가톨릭의 교의 자체를 찬탄해서는 안 되겠다는 경계 또한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종교인으로서 또 종교의 수장으로서 그가 보인 많은 점들은 우리 불교계를 비롯한 모든 종교에 커다란 반성의 계기를 제공한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많은 찬탄 가운데 가장 필자의 가슴을 친 것은 우리 한국사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에 대하여, 또 그러한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불교의 문제점에 대하여 돌아보게 만든 점들이었다. 우선 약자들의 아픔에 함께하는데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약자들을 밟는데 너무 익숙한 우리 정권의 행태에 비해, 그러한 정치적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그 잘못됨을 지적하지 못하는 우리 불교계의 행태에 비해 너무나 선명한 대비를 보여주었다.
 
높은 이론과 고상한 논리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진심으로 약자의 아픔에 함께하는 자세가 우리 종교계의 기반이 되었다면 우리 사회가 이렇게 기약이 없는 양극화의 길을 줄달음치고 있겠는가? 불교가 사회적 갈등의 현장에서 약자의 아픔을 보듬는데 힘을 기울여 온 공도 적지 않다고 생각하였지만, 아직도 우리의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반성들이 우리 불교를 움츠리게 하고 열등감을 갖게 하여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기독교 문명권에서 오랜 동안 갈고 닦아온 수승한 이념과 방편의 역사를 한 번에 뛰어넘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일 것이다. 그들은 서세동점의 세계사적 조류 속에서 좌절 없이, 강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이념과 방편을 발전시켜 왔다. 그에 비해 우리 불교는 세계사의 흐름과 최근세사의 질곡을 딛고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켜는 수준이라는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지나친 자기 비하도 자기합리화도 지양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되는 것을 찾아나가야 한다. 지금의 로마 교황이 남미라는 지역이 갖는 그 특성과 아픔을 바탕으로 독특한 교황으로서의 식견과 품격을 갖춘 것과는 좀 다르겠지만, 우리 불교도 역사적 질곡을 겪은 아픔을 오히려 시대의 문제의식으로 전환하고, 우리 국민과 함께하는 부처님의 모습을 펼쳐내려는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의 불교는 시대의 문제와는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불교만의 독백을 하는 모습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적 이념을 통해 무슨 사업을 벌이더라도 불교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 것이 오늘의 큰 문제점이다. 그만큼 우리는 아직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너무 높은 스님과 너무 높은 불교에 머무르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자부심을 ‘오늘’, 그리고 ‘여기’에서, 바로 대중들의 가슴에 호소력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다. 그 모범이 되는 한 예를 우리는 로마 교황의 방한에서 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258호 / 2014년 8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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