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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장엄이 불교진흥의 첩경이다

필자의 최근 칼럼 한 편이 적지 않은 반응을 불러온 것 같다. 인터넷 법보신문에 긍정적인 댓글들이 올라왔고 불자들로부터 격려의 전화를 받았다. 칼럼의 취지는 사찰의 주인은 스님이 아닌 신도임으로 청정한 도량을 어지럽히는 스님들은 신도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떠나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칼럼에 대한 불자들의 반응을 댓글로 살펴보자.

불자 A-“제가 다니던 사찰도 주지 바뀌고 나서 신도들 이전 주지 사찰로 대거 이동 이유는 현주지의 무성의하고 등산객들도 경내 출입금지. 그렇다고 포교하고 수행 기도하는 스님도 아닌데 신도들 부글부글. 조계종은 뭐하는가?”
불자 B-“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절의 주인은 신도들입니다. 극히 일부의 지혜롭지 못한 스님들의 문제가 일파만파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흐리는 물은 불자건 비불자건 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이번 사건은 종단 내에서 공식화시켜서 앞으로는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불자 C-“깊이 공감하며…요즘 스님들은 생명의 사랑과 배치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런 비구들은 스스로 청정한 도량을 떠나야 한다. 사찰의 주인은 신도이지 비구가 아니다. 신도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부적격의 비구들을 축출하는 데에 한국불교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불자 D-“옳으신 말씀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승려들의 행태는 신도들이 일정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신자들이 깨어있는 자세로 불법을 호지하려면 이런 승려가 있는 사찰에는 보시 안하기 운동이라도 해서 깨달음을 줘야 합니다. 신자가 없으면 사찰 스님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사찰의 주인이 왜 신도인가? 사찰이 신도의 시주로 건립되어 운영되기 때문이다. 신도들은 생사를 해탈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하여 사찰을 짓고 스님을 모셔온다. 부처님과 그 가르침이 거룩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수하는 스님도 거룩하고 따라서 불자들은 불법승 삼보에 귀의한다.

출가한 스님들은 신도들의 시주에 의지하여 생활하지만 신도들은 스님에게 불법을 배움으로 스님과 신도 사이에는 막중한 은혜를 주고 받는 호혜적(互惠的) 관계가 성립한다. 그런데 만약 신도들의 시주로 수행하는 스님이 불법을 바르게 가르치지 않고 청정한 도량을 어지럽히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찰의 주인은 신도이고 스님은 손님임으로 당연히 스님이 사찰을 떠나야 한다.

일반 신도들에게 비불교적인 고정관념이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즉 “스님들의 일에 신도들이 일체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종단의 방침”이라는 것이다. 이 방침은 승가의 부적절한 처사에도 신도들이 시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인간의 소통이 아니라 불통을 조장하는 비불교적이다. 이렇기 때문에 부적격의 스님을 종단에서 사찰로 보내도 불자 A의 경우처럼 속수무책으로 그저 ‘부글부글 끓으며’ 체념하고 만다.

사찰의 주인은 신도임으로 자신의 사찰을 마치 자기 집을 아름답게 가꾸듯이 장엄해야 한다. 신도들이 이런 의식으로 자신의 사찰을 장엄한다면 우리나라 불교는 융성하리라 생각한다. 전국적인 불교개혁방안이니 하는 거창한 담론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거룩하지 않는 스님들을 청정한 도량에서 축출하는 것은 으뜸가는 사찰장엄이다.

불자 D의 소견처럼 일부 몰지각한 스님들의 행태에는 일정 부분 주인의식이 결여된 신도들의 책임이 있다. 신도들은 청정하지 않은 스님의 교체를 종단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종단이 이 정당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할 때 승가는 정화되리라 생각한다. 사찰장엄이 곧 불교 진흥의 첩경이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kleepl@naver.com

[1260호 / 2014년 9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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