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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안현경 씨

기자명 법보신문

▲ 서호륜·57
결혼하고 시어머니와 살면서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으로 힘든 날들이었다. 우연히 지인이 신청해준 해인사 백련암에서의 교사불자연수에 일탈의 기분으로 참가하게 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삼천배를 하는 연수였다. 집 떠난다는 즐거움으로 책 한권 달랑 챙겨 갔는데 삼천배는 당황스러웠다. 무작정 몸을 맡겼다. 죽비소리에 맞춰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했고 온 몸은 눈물과 땀으로 범벅됐다. 매일 들었던 법문은 왜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이 났던지…. 보살계를 받고 성철 스님이 지어 놓으셨다는 법명을 받고, 집에 돌아가 남편 부처님, 시어머니 부처님께 삼배 올렸다. 그러나 하심이었지 불교를 바라보는 진정한 앎은 아니었던 것 같다.

10년이 훌쩍 지났다. 시어머니가 골반 뼈 골절로 병원에 입원했다. 오랜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한쪽 눈이 실명 상태에서 화장실에서 넘어졌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 아파트 앞 동에 살던 친정아버지도 뇌출혈로 입원했다. 곧 뇌경색으로 중환자실로 옮겼는데, 가족들은 늘 대기실에서 지냈다. 나는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쉴 곳을 찾다 병원 법당으로 향했다. 108배 참회기도를 하고 처음으로 ‘금강경’을 접했다. 한글로 풀이 된 ‘금강경’은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금강경’은 고통이 스승 되고 신심을 일으키는 방편이 됐다.

아버지·시어머니 병수발
바른 불교 공부하고 싶어
대광명사 화요 참선 입문
분별심 냈던 지난날 참회

고비를 넘긴 아버지는 일반병실로 옮겼지만, 거동도 아무 말씀도 못한 채 11개월을 누워 계셨다. 그동안 ‘아미타경’을 읽어 드리고 발마사지를 하면서 아버지와 화해를 해나갔다. 번갈아 시어머니 병실을 찾아 식사도 챙기고 말벗도 했다. 그럼에도 시어머니 병색은 짙어져 식사도 어려워졌고, 치매까지 겹쳐서 왔다. 양쪽 병원을 다니며 오직 편안하게 가시길 발원하며 108배 참회기도를 하고 경전을 읽었다.

그러다 제대로 된 공부가 하고 싶었다. 재적사찰도 없고 올바르게 신행생활도 한 적 없었다. 불교대학을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마침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종 스님 목소리에 이끌려 가까운 대광명사를 찾았다. 화요일 참선반에서 성철 스님의 부처님오신날 법어 내용을 담은 책자를 읽게 됐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라는 말씀에 이르렀을 때 내 마음 속의 미혹함은 일순간 사라졌다. “관(觀)한다는 것은 내 속에 영원한 생명의 근본인 주인자리가 있음을 믿는 것이요, 일체를 나와 둘 아니게 보는 것이다. 내가 일으킨 한 생각으로 내가 받게 되는 것이니 탓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법이니 무엇을 굳이 구하려 하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참선과 더불어 일상을 시작하였다.

자연 분별심보다 “할 수 있어 덕분입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행함으로써 내 업식도 바뀐다는 점을 느끼게 됐다. 지금은 부산광역시교육청 대안센터 지정 대광명사 대안교실에서 학생지도를 맡고 있다. 이 일에 동참하면서 과거 교사시절에 너무나 다양했던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별심 내며 지도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회향할 수 있게끔 해주신 부처님의 뜻에 감사드리며 참선으로 오늘도 주인공 자리에 맡겨두고 관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1260호 / 2014년 9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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