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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에겐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을까?

  • 불서
  • 입력 2014.09.05 22:00
  • 수정 2014.09.0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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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사용설명서’ / 마크 엡스타인 지음·이성동 옮김 / 불광출판사

▲ ‘트라우마 사용설명서’
지난 4월,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들은 길을 걸을 때나 차를 탈 때, 혹은 비행기를 탈 때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내가 마냥 편치만은 않다. ‘정신적 외상’ 또는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으로 일컬어지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트라우마는 충격을 남길 정도의 불행한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가족 중 누군가 갑작스럽게 죽거나, 어릴 때 경험한 학대, 누군가를 크게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는 등의 극단적 사건이 있어야만 트라우마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일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각자 그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사건을 경험하고도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겪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기도 하다.

그래서 저명한 정신과 의사 마크 엡스타인은 트라우마를 삶의 걸림돌로 보는 대신 투라우마에 잠재돼 있는 변혁의 힘을 발굴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그 힘이 인간 정신의 완성을 위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 ‘트라우마 사용설명서’에서 마크 엡스타인은 서구 심리학과 명상을 융합해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트라우마를 삶의 불가피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정신훈련의 발판으로 이용해 정신의 완성에 다다르는 길이다.

“트라우마는 인간 존재의 불가피한 부분이고 인간과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요소다. 트라우마는 다양한 형태를 띠고 나타나지만 아무도 예외일 수 없다”고 진단한 저자는 정신치료를 시작한지 10년 즈음에 이르러 특별한 경험을 한다. 30대 초반 여성 셋이 각기 남편을 갑작스럽게 잃고 치료를 받게 된 것. 그동안 사랑과 친밀한 관계를 목표로 치료에 집중했던 저자는 이들에게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고, 암 진단을 받은 오랜 환자 한 명을 만나면서 “내가 그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교철학과 불교심리학에 깊은 영향을 받았던 저자는 여기서 ‘있는 그대로 보라’는 부처님 말씀을 떠올리면서 트라우마 치유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책에서 “부처님에게도 트라우마가 있으며, 부처님의 구도기는 트라우마 극복기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태어난 지 7일 만에 어머니를 잃은 것이 부처님의 트라우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 정반왕이 고타마의 출가를 막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바로 고타마를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시도였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어머니의 죽음에 상처를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아버지의 두려움은 고타마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아들 내면의 공허와 불안을 심화시켰고, 그로인해 고타마는 연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저자는 어머니의 이른 죽음이 부처님에게 트라우마를 남겼으며 그의 영적 여행은 이 트라우마에서 분출되는 원초적 고통의 표현이라는 독창적인 관점을 선보이고 있다. 엡스타인은 이렇게 정신분석적으로 본 부처님 일대기에 더해, 자신의 체험과 상담 사례를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당신의 트라우마는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발 나아가 마음이 본래 갖고 있는 능력에 눈뜨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도록 독자를 이끌어 더욱 인간적이고 자애롭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로 안내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적 시각에서 부처님 가르침과 구도기를 해석하고, 현대 정신분석학을 불교와 융합한 이 책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1만8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60호 / 2014년 9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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