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성신화 극복하기

기자명 옥복연
  • 법보시론
  • 입력 2014.09.15 13:07
  • 수정 2014.09.15 13:08
  • 댓글 0

군대내 폭력사건이 연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임 병장 총기난사사건이나 윤 일병 사망사건 등 ‘군 잔혹사’는 가히 충격적이다. 하지만 군대내 폭력사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해방 후 청산되지 못한 친일세력들이 대한민국 군대의 지도부로 자리 잡았고 일제의 강압성과 폭력성이 군대문화로 계승되었다. 오랜 군사독재정권은 군대의 폐쇄성을 증폭시켰다. 그런데 군대내 폭력 근절방안에 대한 여러 주장 가운데, ‘엄마들’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군대 간 아들을 엄마들이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군대라면 아버지들이 경험자들인데, 왜 어머니가 나서야 할까?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어머니가 모성적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성’이란 자녀와의 애착을 통해 어머니가 자녀에 헌신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감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모성’을 여성의 가장 존중받는 특성으로 여긴다거나, 바람직한 여성상과 동의어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즉, 모든 여성은 어머니가 되어야 하고, 어머니가 자녀를 더 잘 키우며,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본능적으로 헌신하며, 이를 여성 최고의 미덕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모든 여성이 어머니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며,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자녀를 더 잘 양육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머니가 오로지 자녀에게 헌신하려면 소위 중산층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데, 만약 생활이 어려우면 생계 일선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모성은 남성-생계부양자, 여성-자녀양육자라는 성역할 이분화의 결과물로, 남성이 가장(家長)이 되고 여성은 남성에 의존하며 남성 집안의 대를 잇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모성을 연구한 학자들은 모성은 여성의 본능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실체가 없는 허구이므로 ‘모성신화’라고 주장한다.

모성은 비교적 근대에 등장한 개념이다. 농경사회는 어머니도 하루 종일 논밭에서 일해야 하므로 자녀 양육은 가족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육아방식이었다. 하지만 산업사회 핵가족제도에서 남성노동자의 임금이 한 가족의 부양임금으로 책정되고, 그 결과 여성들은 집 안에 머물면서 자녀 양육에 전념하게 되었다.

모성 역할에 부과되는 의무와 기대도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에는 ‘가문을 위한 모성’을 강조했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생계를 책임지고 아이들을 키워내는 ‘강인한 모성’이 요구되었고, 1970년대는 자녀 양육뿐만 아니라 복부인처럼 가정의 경제도 일으키는 ‘능력 있는 모성’도 중요하게 등장했다. 1980년대는 한·두 자녀를 잘 키워내는 ‘전문가 모성시대’로, 자녀의 성공은 곧 어머니의 책임이 되었다.

오늘날 여성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두 역할을 잘 해내는 슈퍼우먼이 되거나, 제도화된 모성을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비혼족(결혼을 선택 않음)이 되거나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 부부가 돈을 벌지만 아기는 없음)도 선택한다. 자녀를 둔 여성은 매니저맘(자녀 시간표를 짜서 태워 다니는 엄마), 캥거루맘(뭐든지 다 해주는 엄마), 헬리콥더맘(자녀 주변을 맴돌면서 조종하는 엄마)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물질만능과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시대에, 교육은 물론 놀이나 취미활동, 심지어는 친구도 엄마가 골라주며 자녀를 위해 엄마는 삶을 올인 한다. 성인이 된 자녀도 결혼에서부터 가족계획까지 코치하며, 무한책임을 자처하는 ‘모성만능시대’가 오늘날 재현되는 모성의 실상이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모성이 여성성의 특성으로 치환되는 순간, 가족 구성원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내 자식, 내 가족만을 위한 모성은 바람직한 여성상도 아니고, 인간은 온전한 존재로 누구나 깨달음을 추구하며 수행정진해야 한다는 붓다의 가르침에도 맞지 않다. 그러므로 이제, 모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여성 희생은 극복되어야 한다.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 byok2003@hanmail.net

[1261호 / 2014년 9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