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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보복·대가성 인사로 피멍드는 조계종

  • 교계
  • 입력 2014.09.17 19:38
  • 수정 2014.09.18 17:43
  • 댓글 44

30년 가꿔온 수원사·성주사
선거 패배로 주지서 내몰려
선거 조력자엔 인사권 보장
선거로 승·패자 엄격히 구분
이기면 막강권력 부여되고
지면 발붙일 터전마저 뺏겨
‘약육강식’논리 종단에 만연

조계종 제34대 총무원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각종 선거 부작용으로 종단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선거 이후 보복 혹은 대가성 인사가 되풀이 되면서 해당 문중과 사찰에서 불화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승자와 패자가 선명히 구분되면서 승자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부여되고, 패자는 발붙일 터전마저 송두리째 빼앗기는 비정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종단에 만연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9월17일 오전 종무회의를 열고 용주사 말사인 수원사 새 주지에 총무원 호법부장 세영 스님을 임명하기로 결의했다. 이는 지난 8월 진행된 용주사 주지 선거에 따른 후속인사다.

수원사는 용주사 주지 선거에 나섰던 성관 스님이 30년간 일궈온 중창사찰로 알려져 있다. 1986년 첫 주지를 맡은 성관 스님은 건물만 앙상하게 남아 있던 수원사를 30여년 만에 도심포교의 중심도량으로 가꿨다. 복지사업에도 뛰어들어 서호노인복지회관을 비롯해 영통종합사회복지관 등을 수탁하면서 지역 복지를 선도했다. 또 사단법인 로터스월드를 설립해 캄보디아, 라오스 등 해외불교국가 지원 사업에도 앞장섰다. 이런 까닭에 수원사는 지역사회에서 모범 사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성관 스님의 이런 노력은 8월 용주사 주지 선거의 패배로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갔다. 주지선거에서 승리한 성월 스님은 불과 1달여 만에 수원사 새 주지에 세영 스님을 품신했다. 용주사 주변에서는 선거과정에서 세영 스님이 성월 스님을 적극 도왔다는 말들이 무성했다. 그동안 용주사는 수말사의 경우 운영위원회를 통해 새주지를 품신하는 게 관례였다. 문중화합과 안정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번 수원사 주지 품신은 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원사 신도회가 집단 반발할 조짐을 보이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더구나 문중의 최고 어른이자 현대 한국불교의 선지식으로 존경 받고 있는 인천 용화선원장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으로 종단이 혼란한 상황에서 주지 품신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총무원과 용주사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송담 스님의 탈종이 용주사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승단의 세속화와 부조리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총무원과 용주사가 큰스님의 마지막 경책마저도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임 주지와 신도회간의 극심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창원 성주사도 선거후유증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표면적으로는 전임 주지 원일 스님의 돌연 사퇴로 불거진 일이지만 배경에는 2012년 범어사 주지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주사는 30여년간 서해문도회가 관리해 온 문중 사찰이었다. 특히 흥교 스님의 상좌 원정 스님이 주지를 맡으면서 사찰을 안정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런 가운데 원정 스님이 범어사 주지 선거에 출마했고 선거에서 수불 스님에게 패했다.

서해문도회 관계자에 따르면 선거 직후부터 범어사는 성주사 주지 교체를 예고했다. 서해문도회와 범어사간의 협의 끝에 원정 스님이 주지에서 물러나고 원일 스님을 새 주지로 임명하는 선에서 논란은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원일 스님이 돌연 주지사표를 냈고, 범어사는 즉각 수불 스님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무관 스님을 성주사 주지로 임명했다. 이로 인해 서해문도회는 30여년간 일궈온 문중사찰을 잃게 될 위기에 직면했다.

비단 수원사와 성주사 뿐 아니라 선거에 따른 주지 인사 잡음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내년 10월말 임기만료가 예정된 서울 은평구 수국사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수국사 주지 원담 스님은 지난해 10월 34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자승 스님의 대척점에 서있던 인물이다. 이런 까닭에 종단 내부에서는 원담 스님의 임기만료와 동시에 특정교구에서 주지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말들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총무원은 또 9월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약사사 새 주지에 무언 스님을 전격 임명했다. 무언 스님은 영배 스님의 상좌로 알려져 있다. 영배 스님은 당초 야권에 해당되는 종책모임 보림회 소속이었지만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불교광장에 입당해 자승 스님을 지원했다. 그 결과 자승 스님은 선거에서 승리했다. 영배 스님의 상좌가 약사사 주지로 임명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약사사 주지 임명은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그 동안 약사사는 총무원장이 당연직 주지인 직영사찰이었다. 총무원은 지난 2011년 11월 ‘서울 서남권 포교거점 도량으로 활용하겠다’며 중앙종회의 동의를 거쳐 직영사찰로 지정했다. 그러나 총무원은 지난 8월27일 종무회의를 통해 약사사를 직영사찰에서 해제했다. 직영사찰의 지정은 중앙종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했지만, 해제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는 입법미비 사안을 총무원은 적절히 활용했다. 이런 까닭에 종단 안팎에서는 영배 스님을 배려하기 위한 선거 ‘보은조치’라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봉은사 주지 인사권 문제를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불교광장 지홍 스님이 이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며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이다. 지홍 스님에 따르면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자승 스님이 봉은사 주지 인사권을 종상 스님에게 일임했다. 결국 이 약속은 선거직후 그대로 이행됐고, 자승 스님은 ‘봉은사 대가성 인사’에 대한 따가운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이처럼 선거 이후 보복 혹은 대가성 인사가 끊이질 않으면서 선거무용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선거과정은 돈 선거로 얼룩지고 선거 이후에는 상식 밖의 보복‧대가성 인사로 종단이 병들어 간다는 지적이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사찰의 위상과 신뢰를 감안하지 않고 선거 대가로 주지를 임명하면서 신도들의 실망과 지역사회에서의 사찰위상이 함께 추락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중앙종회의원은 “민주적 방식으로 종단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취지로 선거제도를 도입했지만 모두가 일불제자라는 승가의 미덕은 사라지고 승자와 패자의 논리만 부각되면서 승자는 점령군으로, 패자는 모든 것을 양보해야만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조계종은 결국 자멸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262호 / 2014년 9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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