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 곽인순 전북불교네트워크 공동대표

“삶에 가장 큰 걸림돌은 늦지 않았나하는 의심병”

▲ 곽인순 공동대표는 “행복해 지려면 자신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란 하심하고 악업을 짓지 않는 것”이라며 부처님 법 공부와 실참을 강조했다.

“전단향과 로즈베리, 재스민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덕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멀리멀리 간다. 전단향과 로즈베리, 재스민의 향기는 멀리 가지 못한다. 그러나 덕의 향기는 하늘 끝까지 이른다.”

40여년간 교육자로 학생들 지도
소비자운동 통해 사회개혁 참여
75세, 전북불교 활성화 발원하며
불교미래 위한 동량 양성에 매진

‘법구경’ 속 부처님 말씀이다. 오탁(汚濁)의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연꽃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은 전단향의 향기처럼 덕의 향기로 주위를 맑고 향기롭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곽인순(78·정진월) 전북불교네트워크 공동대표, 그의 삶은 항상 낮은 곳으로 향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설산의 얼음물이 바다로 향하듯 항상 부족한 곳을 향해 흐르고 또 흐른다.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물길을 아는 사공의 뱃길처럼 일체 인연들을 공감의 강으로 이끈다. 곽 대표의 자애로운 미소가 자연스럽다.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자라 불교와 부처님을 향한 마음이 대단하시다. 천상 불자인 듯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불교발전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교육자이자 시민운동가로 우리 사회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해 오셨다. ‘바르고 올곧은 불자’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하유호 전북불교신도회 부회장) “지난 30여년간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똑똑하고 바른 소비자가 되기 위한 교육으로 여성들의 능력과 자질을 향상시켰다. 또 건강한 가정과 사회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여성인력 배출을 위해 매진했다. 늘 하심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와 나눔을 실천하는데 앞장서는 불자다.”(정순례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장)

 
63세 되던 1999년, 순창 금과중학교 교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곽 대표는 40여년간 교편을 잡았었다. 또 전주 물가대책심의위원, 전북 소비자정책심의위원,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장 등을 맡아 30여년간 지역공동체를 위해 헌신했다. ‘교육’과 ‘소비자운동’을 화두로 평생 매진해 온 그는 75세 되던 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전북불교의 디딤돌’을 목표로 2011년 출범한 전북불교네트워크의 공동대표로 추대된 것. 전북 불자들이 함께 공감한다면, 그렇게 공감하는 불자들 하나로 묶을 수만 있다면 전북불교네트워크는 분명 성공할 것이라 자신했다.

“사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장 소임을 끝으로 그만 쉬려고 했어요. 반세기를 쉼 없이 달려왔으니 이제 좀 내려놓고 쉴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웠던 불교공부와 수행에 전념하면서 남은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다짐했죠. 그런데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장 퇴임식 날 ‘전북불교의 발전을 위한 불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면서 느닷없이 공동대표 소임을 부탁하는 거예요. 물론 고사했지요. 늙은이가 이제 갓 출발하는 불자모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손사래를 쳤죠. 나름의 계획도 있었지만 불교단체 대표를 맡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앞섰습니다. 더욱이 지금껏 해온 일들과는 전혀 다른 분야…. 그런데 문제는 ‘전북불교 발전’이라는 말이 자꾸 걸렸습니다.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거예요. 지금까지 부처님 가피로 이만큼 살았는데, 젊은 불자들이 부처님 일을 하겠다고 저러는데 마냥 모른 체할 수도 없더라고요. 결국 후원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동참을 결정했지요.”

마음속 깊이 자리한 불심이 그를 붙잡은 것이다. 어머니는 그가 스님이 되기를 바랐을 만큼 불심이 돈독했다. 방학 때면 으레 어머니를 따라 절에 머물렀다. 전주 정혜사, 수덕사 견성암, 예산 보덕사 등 며칠씩 머물며 스님들과 함께 생활했다. 일제강점기 원력보살이자 율사로 칭송받았고, 조계종 종정을 역임했던 묵담 스님은 그를 ‘보월’이라 불렀다.

그만큼 불가의 인연은 깊었지만 출가의 인연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그의 하루는 향을 사르고 독경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관세음보살님’은 항상 마음과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또한 불법은 그의 신념이자 행동과 판단의 기준이었다. 그런 그에게 불교발전을 위한 불사 동참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을 터. 불교발전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이 또한 아름다운 회향이라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막상 ‘대표’라는 직함을 받아들고 나니 무거운 책임감이 생기더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들을 가르치고 소비자운동을 하는 것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실천하는 것이나 다른 이에게 행복을 준다는 점에서 한 길인 거예요. 행복한 세상, 불국정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교가 융성해야 하고, 전북불교네트워크의 역할이 바로 정토세상을 일구는데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어요.”

전북불교네트워크를 알려야 했다. 우선 사람이 모여야 전북불교네트워크 홍보도, 지역불교 활성화도 가능한 일이었다.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전북지부와 공동으로 청소년생명평화실천단을 발족시켰다. 생명·평화 봉사를 비롯해 지리산순례, 청소년축제, 템플스테이 등을 실시하며 청소년 불자의 동참을 이끌었다. 사찰음식을 기반으로 한 자연음식문화원을 열어 불자와 시민들에게 관련 정보와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 또한 전북불교네트워크를 알리고 지역주민들에게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주민과 새터민, 저소득가정 등 소외계층을 초청해 음식을 나누고 그들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불교적 방편을 통한 대사회 활동도 병행했다.

“전북불교네트워크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준비해 진행한 사업들입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실천하고 이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지도록 노력했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준비한 일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다독이고 격려해준 역할 뿐입니다. 저는 평생 교육자로 살았습니다. 교육은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동량을 길러내는 과정입니다. 전북불교네트워크가 진행하는 모든 불사가 불교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을 길러내는 과정임을 확신하기에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는 것입니다.”

전북불교네트워크가 발족한지 이제 3년여. 막 걸음마를 뗀 단체이지만 그동안 흩어져있던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등 지역 불교단체들을 한곳에 모아 협력사업을 펼치는가 하면 생명, 평화, 환경, 통일, 인권 등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생명, 평화에 환경, 통일, 인권운동까지 전개하다 보니 초창기 보수적인 성향의 스님과 불자들로부터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북불교 활성화를 위한 그간의 활동들이 지역사회 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면서 사찰과 불자들의 동참도 조금씩 늘고 있다. 지역 사찰들을 찾아 전북불교네트워크를 소개하고 불자들의 참여를 호소한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열정을 가져야 합니다. 멈춰서고 주저앉지 않는다면 여전히 청춘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입멸의 순간까지 길 위에 계셨지요. 부처님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닮아가기 위해 앞을 향해 정진할 뿐입니다. 부모님의 불심으로 부처님과 인연을 맺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적극적으로 불교를 알리고 전달해 부처님 품으로 인도해야 합니다. 전북불교네트워크를 통해 지역불교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사회에 공헌하는 단체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는 자신이 그려왔던 노년의 삶은 아니지만 오히려 행복하고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했다. 그리고 행복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행복해 지려면 자신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란 하심하고 악업을 짓지 않는 것입니다. 예의를 지키고 상처주지 않으며 경청하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독선적이고 상처 주는 사람은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나 혼자만 행복할 수 없는 인드라망 세상입니다. 부처님 법 공부하고 실참하기를 조언하는 이유입니다.”

어느 시인이 말했다. “훌륭한 스승은 그 자체가 촛불이다. 제자들의 두 눈이 밝음에 트일 때까지, 어둠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를 다하여 타오르는 하나의 촛불이다”라고. 이 땅을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불국정토로 만들기 위해 정진하는 곽인순 공동대표는 타오르는 촛불이다. 그 촛불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행복과 나눔, 기쁨의 길을 밝힌다. 곽 대표의 원력에 전북불자들이 공감하는 이유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262호 / 2014년 9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