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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라카페 10주년 철야정진

  • 수행
  • 입력 2014.09.29 11:20
  • 수정 2016.02.24 16:45
  • 댓글 2

3000배, 탐진치 쪼개 마음속 부처님 꺼내는 줄탁동시

▲ 아비라카페 회원은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저마다 번뇌를 안고 백련암에 들었다. 수없이 몸을 내던졌고, 탐진치를 버렸다.

어둠은 짙었다. 해인사 백련암에 빛이 사위었다. 구룡의 기운이 흘러내려와 한데 뭉친 불면석(佛面石)에 어둠이 내렸다. 선기(禪氣) 서려 늘 깨어있던 불면석 눈꺼풀이 가물거렸다. 9월20일 백련암을 찾은 아비라 카페(cafe. daum.net/abira, cafe.naver.com/abira) 회원 350여명 마음도 칠흑이었다.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저마다 번뇌를 안고 백련암에 들었다. 온갖 탐욕 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은 마음속엔 빛이 가물거렸다.

9월20일 백련암서 3000배
전국 각지서 350여명 동참
3000번 참회로 탐진치 버려

10년간 지켜봐온 원택 스님
“절수행은 업장푸는 지름길”
“남 위해 기도하고 행동해야”

가야산의 밤은 이르게 찾아왔고 깊었다. 오후 6시, 종이 울리자 장경각, 고심원, 관음전, 정념당, 적광전 등 백련암 곳곳에서 죽비소리가 울렸다. 3000배다. 2004년 11월부터 매월 셋째 주마다 한 차례도 거르지 않았던 철야정진이었다. 3000번 지심귀명례를 부르짖었다.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 바쳐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겠다고 서원했다.

지심귀명례로 시작해 부처님 이름을 부르며 하는 절은 예불대참회문 1독에 100배다. 예불대참회문에 적힌 불보살명호 한 분에 절이 한 번이었다. 소리 내서 읽으면 부처님 명호가 마음과 공명했다. 10독을 마치니 1000배였다. 500배씩 4번을 더 했다.

 
수없이 무너져 내렸다. 몸이 무너질 때마다 번뇌 하나, 탐욕 하나, 어리석음 하나, 분노 하나도 함께 버렸다. 땀구멍에서 탐진치가 빠져나왔다. 다시 일어설 때면 다시 번뇌 하나, 탐욕 하나, 어리석음 하나, 분노 하나가 생겼다. 그래서 수없이 무너져 내렸고 수없이 버렸다. 2000배부터는 집에서 매일 108배 이상씩 절수행으로 단련해온 구참자들도 버거워했다. 초심자들은 500배부터 힘겨워했다. 통증으로 말을 듣지 않는 무릎을 부여잡고 일어나 간절한 합장으로 절을 대신했다. 잠시 쉬다가도 곧바로 대중이 함께하는 3000배에 동참하며 여지없이 이마, 팔꿈치, 무릎을 바닥에 댔다. 새벽 3시30분경. 3000배는 끝났다. 좌복 위에 하나 둘 쓰러졌다. 마음에서 탐진치 삼독심이 빠진 만큼 다리는 후들거렸고 힘이 빠졌다. 성철 스님이 일갈했던 ‘절 돈 3000원’은 비쌌다.

아산서 왔다는 창신(60) 거사는 구참자였다. 백련암을 찾은 지 1년쯤 됐다. 집에서 3년6개월 전부터 절을 했다. 고혈압과 좋지 않던 무릎이 나았다. 요즘 집에선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500배씩 절을 한다. 그는 “절과 능엄주 기도를 생활처럼 해온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고 했다. “건강은 부수적이고 마음이 더 없이 가벼워진다”고 귀띔했다.

절을 끊었다(?)는 김광주(62·금강) 거사는 부처님을 보러 왔다. “여기서 철야로 정진하는 이들이 모두 부처님”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스스로 원력 세우고 하루 1000배씩 1000일을 했다. 매월 한 번씩은 백련암에서 2000배하며 3000배를 채웠다. 그는 “잡생각을 조복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불교는 부처님이 되는 공부다. 절과 능엄주, 아비라 기도로 근기 닦고 마지막으로 화두를 붙잡고 매달려야 한다”고 조언하며 성철 스님 가르침을 전했다.

일찍이 성철 스님은 ‘삼천배 회향인에 주는 글’을 남겼다.

“공덕 중 중생을 도우는 것이 가장 커서 부처님에게 불공 올리는 것보다 몇 천만 배 비유할 수도 없이 그 공덕이 크다. 나에게 어떤 불행이 오면 남을 위해 기도하고 행동하라. 마음속 화두 잊지 말고 마음 거울 부지런히 닦아 중생을 도우는 깨끗한 마음을 만들라.”

3000배를 원만회향한 초심자들은 성철 스님이 미리 작성해둔 법명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친필 휘호 ‘불기자심(不欺自心)’도 받아 들었다. ‘남을 위해 기도하고 남 몰래 남을 도우며 밀행하는 불구소생자(佛口所生子)로 살겠노라’ 다짐했다.

▲ 원택 스님과 아비라 카페 운영진.

10년을 뒤에서 묵묵히 아비라 카페 회원들을 도왔던 백련암 감원 원택 스님은 이들의 3000배를 독려했다. “절 수행은 업장을 풀고, 아비라 기도는 화두참선하는 몸을 만들어 준다. 능엄주는 마장을 물리치고 가장 바른 화두 참선을 가능하게 한다.” 성철 스님 생활법어 ‘성철 스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를 인용했다. 원택 스님은 “10년, 20년 뒤에도 함께 수행하는 도반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리고 스님은 10월11일 성철 스님 사리탑서 봉행하는 3000배 정진 때 아비라 카페 절수행기를 엮은 책 3000권 법보시를 약속했다.

새벽 미명이 백련암을 노크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부처님은 겹겹이 담을 쌓은 탐진치 벽을 두드렸다. 줄탁동시(啐啄同幾)였다. 안에선 부처님이, 밖에선 3000배가 탐진치 껍데기를 쪼갰다. 어둠이 사위었고, 빛은 깊어졌다. 가야산 불면암이 눈 비비며 기지개를 켰다. 

합천=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263호 / 2014년 10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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